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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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장흥에서 김, 미역 양식하는 강동현씨 새해 소망

예쁜 성당도 짓고 친환경 김도 널리 알려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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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현씨는 하루에 한 번은 꼭 양식장에 나와 김과 미역을 돌본다.
그는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김과 미역을 보살펴야 병도 잘 안 걸리고 수확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물이 빠지자 바다에 잠겨있던 광활한 김양식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 뭍에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검은 차양막을 쳐놓은 인삼밭이다.

 김은 물이 차오르면 바다 속에서 양분을 보충하고 물이 빠지면 물 밖으로 나와 볕을 본다. 한 달 넘게 이 과정을 반복하면 성글던 김발이 어느새 까만 김으로 빽빽해진다. 12월은 본격적인 김 수확철이다.

 전남 장흥군 회진리 선자마을에서 태어나 73년을 살아온 강동현(베드로, 장흥본당 회진공소)씨는 회진 앞바다에서 50년 가까이 김과 미역을 키웠다. 스스로를 `선자마을 해조류 양식업의 선구자`라고 부른다.


"김은 내 자식들이야"

 20대 초반,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바로 이 일을 시작했다. 70여 년을 바다에 살았지만 고기를 낚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한다. 오로지 김, 미역, 다시마, 매생이 농사만 짓는다. 강씨는 자신을 꼭 `해조류 양식업자`로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바다에 사는 해조류는 알아서 잘 자랄 것 같지만 뭍에서 짓는 농사만큼 잔손이 많이 간다.

 김양식은 포자를 김발에 붙이는 채묘(採苗)로 시작된다. 미역은 밧줄에다 포자를 붙인다. 채묘를 한 후에는 매일 상태를 살피고 김발의 높이를 조절하며 보살펴야 한다. 다만 가뭄 걱정이 없는 게 육지 농사와 다르다.

 강씨는 김과 미역을 길러 동생 3명과 자녀 6명을 키워냈다. 김과 미역은 그에게 자식만큼 소중한 존재다.

 "김하고 미역은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녀석들이야. 돈 벌 생각으로만 이걸(양식업) 했으면 이렇게 오래 못했지. 이 것들 기를 때는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애지중지해야 병 안 걸리고 잘 자라. 난 이 일이 참 좋아. 성당 다니고 난 다음부터는 일하는 게 더 재밌어. 다 하느님이 키워주신다는 생각이 들어."

 강씨는 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김을 양식할 때 파래와 잡조류를 없애려고 염산이나 유기산을 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산(酸)을 뿌리면 수확량이 두 배 정도 늘어난다. 하지만 50여 년 동안 김을 양식하면서 단 한 번도 산을 친 적이 없다고 한다. 강씨를 비롯한 장흥군 어민들은 2008년 전국 최초로 김양식에 염산을 치지 않겠다는 `무산(無酸)김양식 선언`을 하기도 했다.

 "내 가족이 먹는 김이라고 생각하면 산을 칠 수가 없지. 사람들이 때깔이 좋고 윤기가 흐르는 새까만 김만 찾는 것 같아 아쉬워. 산을 뿌리면 김만 빼고 주변 해조류가 다 죽어. 얼마나 독하겠어. 산을 치지 않은 김은 파래가 껴서 색깔도 별로 예쁘지 않고 모양도 투박해. 그런데 그게 정말 좋은 김이야."


 
▲ 강동현씨가 양식장에서 미역을 따고 있다.
 

선자마을 제1호 천주교 신자

 2008년 회진공소가 설립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씨는 "천주교 신자가 되고 싶다"며 스스로 공소에 찾아갔다. 그때가 일흔 살. 그리고 이듬해 부활 대축일에 세례를 받았다. 선자마을 역사상 최초의 신자였다. 120여 명이 모여 사는 선자마을에 천주교 신자는 지금도 강씨 혼자다.

 강씨가 성당을 다니겠다고 하자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랐다. 술 많이 마시고, 화투 좋아하고, 성질도 잘 부리는 강씨가 `착한 사람들`이 다니는 성당을 가겠다고 한 게 마을에서는 일대 `사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씨는 바르고 성실하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함께 사는 아내를 비롯해 자식, 며느리, 사위들은 하나같이 귀를 의심했다. 마을에서는 "갑자기 사람이 변하면 무슨 일이 생긴다던데, 저 사람이 이제 갈(죽을) 때가 된 것 같다"며 걱정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러나 강씨는 마을 주민들의 예상을 깨고 결석 한 번 없이 교리교육반에 출석하며 세례를 받았다. 지난 해에는 공소회장까지 맡았다.

 "70년을 살면서 죄를 너무 많이 지은 것 같아서 남은 인생은 반성하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어. 그런데 마침 성당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세례를 받으니까 새로 태어난 기분이야."

 세례를 받은 후 강씨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전에는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족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고 성질을 냈지만 이제는 온순한 사람이 됐다. 그 좋아하던 술도 피할 수 없는 자리에서만 조금 마신다. 화투도 손을 뗐다. 집에 있을 때는 늘 평화방송 TV를 켜놓는다.

 강씨는 "천주교 신자는 착하게 살아서 남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며 "나같이 놀기 좋아했던 사람이 성실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성당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소망은 공소 신축

 그는 세례를 받은 후 사는 게 무척 행복하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큰돈을 벌려고 이런저런 사업에 손을 대 실패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양식업이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일할 수 있도록 건강을 주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바다를 나가기 전에는 "오늘도 나와 다른 이들이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바친다.

 강씨는 하느님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진작부터 착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늦게 알아 아쉽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할 생각이다. 그는 올해 이루고 싶은 일이 참 많다.

 "우리 공소가 너무 좁아서 마음이 안 좋아. 공소를 지을 땅



가톨릭평화신문  201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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