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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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빈민촌 나보타스를 찾아서<중>

하루 두 끼 먹기도 힘들지만 공부로 희망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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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도 안 드는 어두운 골목에서 머리를 감고 빨래를 하는 주민들.
낯선 이의 카메라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들은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힘이 없다.
 

 햇빛도 안 드는 빈민촌 골목. 출근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하수구 냄새 가득한 골목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상ㆍ하수도 시설이 따로 없어 집에서 나온 각종 오물이 뒤범벅인 골목이 주민들 사랑방이다. 동전치기를 하는 아이들, 골목에서 서서 머리를 감는 여인들, 무표정한 얼굴로 길 한편에 멍하니 앉아 있는 남자들까지….
 필리핀 나보타스 산 비센테 페레르 공소가 있는 푸팅바토 빈민촌 일상은 반복의 연속이다. 2500여 가구 2만여 명에 가까운 주민 가운데 변변한 직업을 가진 이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해맑은 웃음으로 뛰어노는 아이들 얼굴이 이곳이 가난을 벗어날 길 없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빈민촌이라는 걸 잠시 잊게 할 뿐이다.
 머나 먼 이국땅, 그것도 빈민들이 모여 사는 나보타스에 기쁨과 희망을 심겠다며 빈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김홍락 신부.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지옥에 떨어질 조짐이다`는 속담이 있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스스로 지옥의 늪에 발을 디딘 김 신부와 공소 앞 노점에서 아침을 먹고 빈민촌을 둘러봤다. 낯선 눈빛으로 기자를 쳐다보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국전쟁 후 우리도 이랬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옆에서 콩을 구워 먹는 아이들.
벌거벗은 아이는 영양실조인 듯 배가 부어올라 있다.
 

 반갑게 달려드는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는 김 신부는 "아이들에게 배움은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교육을 받지 못하면 남자는 교도소로, 여자는 술집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칼을 들고, 웃음을 팔아야 하는 미래를 향해 아이들은 걸어간다.
 
▨번지수도 없는 공소

  

 
▲ 한국 후원자들 정성을 모아 푸팅바토 빈민촌 입구에 세운 산 베센테 페레르 공소 전경.
 

 필리핀의 초등, 중고등학교 과정은 무상교육이지만 인구 절반 이상의 가정이 하루 100페소(약 2500원)로 생활하기에 학교 갈 차비와 준비물 살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태어나 빈민촌을 벗어난 적이 없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김 신부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의 연필을 쥐어주고 주민들 자활을 돕는 일이다. 빈민촌 입구에 세워진 푸팅바토 산 비센테 페레르 공소는 빈민운동 `기쁨과 희망`의 중심 센터로 1층은 공소 겸 유치원으로, 2층과 3층은 사무실과 수업을 위한 교실로 꾸며져 있다.
 공소는 시유지에 불법으로 지어진 까닭에 여느 빈민촌 집처럼 번지수가 없다. 김 신부가 2008년 이곳에 들어왔을 때 공소는 지은 지 50년이 넘은 버려진 건물이었다. 사단법인 기쁨과 희망 후원자들 지원을 받아 김 신부가 직접 설계를 하고 시멘트를 져 나르며 공사를 한 끝에 2009년 10월 공소 축복식을 가졌다.
 
 

 
▲ 푸팅바토 산 비센테 페레르 공소에서 주말 늦게까지 학생들에게 합창이론 수업을 지도하는 김홍락 신부.


가톨릭평화신문  201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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