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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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당 특별한 사순 이야기] (1) 원교구 신장본당 직거래 중고장터 ‘싼타마켓’

절제·나눔 의미 되새기는 사랑의 장터,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직접 판매 나서, 수익금 일부 봉헌해 어려운 이웃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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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시기만 되면 ‘수난’과 ‘고통’이라는 두 단어가 떠오른다. 예수부활대축일을 준비하는 기간이지만 기쁨보다는 슬픔의 기운이 크다. 하지만 사순은 단순히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슬퍼하는 기간만은 아니다. 차분한 기쁨 속에서 부활을 기다리고 고통과 죽음의 신비를 묵상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물론 신자들이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할 때 부활의 영광은 더욱 커진다.

최근에는 본당들도 수난과 고통보다는 나눔과 절제를 강조한다. 그 방식도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신자들이 일상에서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내놓고 있다. 바자를 통해 사순의 의미를 되새기고, 음악과 신앙체험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영화관람 중에도 신앙을 찾으며 부활의 영광을 기다리는 본당들의 특별한 사순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 마음껏 골라 보세요. 단돈 1000원에 모십니다.”

사순시기를 코앞에 둔 6일, 수원교구 신장성당(주임 정영철 신부) 앞마당에 특별한 장(場)이 섰다. 본당 공동체 각 가정마다 쓰지 않는 물건을 모아 직접 가격을 매기고, 판매하는 직거래 중고장터 ‘싼타마켓’이 열린 것.

특별히 참가자들은 수익금 중 20를 본당에 봉헌하고, 모아진 성금은 본당 주변지역의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지난해 예수성탄대축일을 맞아 마련한 첫 번째 행사(올해 1월 개최)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싼타마켓은 사순시기와 맞물려 절제와 나눔이라는 사순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싼타마켓이라는 명칭 역시 산타처럼 이웃을 위한 나눔의 선물을 전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중교 보좌신부는 “사순시기는 내 본당, 내 몸, 내 차 등 내 주변에 계시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분이 외롭지 않도록 늘 함께하는 시간”이라며 “이번 싼타마켓에서도 작은 정성이라도 가진 것을 나누자는 전 신자의 풍성한 마음이 모여 예수님과 하나 되는 시간을 만들어 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구역식구들과 함께 판매에 나선 김찬종(베드로)씨는 “사순시기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는 때”라며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하다”고 전했다.

판매 물품은 마치 ‘화개장터’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어린이용 문구류부터 주부들을 위한 주방용품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정영철 주임신부도 성물 등 몇 가지 물품을 기부했다. 모두 쓰고 버릴 물건이 아닌 정말 남을 위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내놓은 물건들이다.

행사 당일, 고사리 손의 어린아이부터 흰머리 성성한 어른들까지 판매에 나선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나와 각자의 부스를 차려놓고 손님을 맞이했다. 진열부터 판매까지 모든 것이 이웃을 위한 나눔이라는 생각에 자식을 세상에 내어놓듯 그 정성부터 남다르다. 판매 참가인원만 에코3구역 대표 4명을 포함 38명에 이른다.

7살 어린 딸과 함께 나온 최성심(율리아)씨는 “아이가 행사 전날 주일학교를 통해 뒤늦게 싼타마켓 이야기를 듣고 오더니, 꼭 참여하고 싶다며 밤새 직접 물건을 고르고 가격을 매기는 등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이렇게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통해 우리 아이도 사순과 나눔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스스로 느껴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일학교 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이들에게도 싼타마켓은 절제와 나눔을 직접 체득할 수 있는 현장학습 시간이 됐다.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회장 김보연(글로리아·18)양은 “사순의 의미는 절제와 다른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베풀고 배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싼타마켓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 절제와 나눔에 동참하는 즐거운 나눔의 장”이라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교중미사 후 ‘반짝’ 판매였기에 장터의 인기는 더욱 뜨거웠다. 미사 봉헌을 마친 신자들이 몰려나오자 순식간에 장사진을 이룰 정도였다. 손님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하자 판매자들도 신이 나 더욱 목청을 높여 자신들의 물건 홍보에 나섰다. 무엇보다 100원, 200원부터 1만 원 이하까지 시중가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가격 덕분에 물건들은 금세 동이 났다. 원하던 물건을 제때 고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신자들도 많았다.

이러한 호응이 모여 나눔을 위한 얼마간의 성금이 마련됐다. 수익금 중 20만 기부하라고 했지만 모든 수익금을 봉헌한 이들도 많았다.

사실 본당 공동체의 나눔 실천은 일회성이 아니다. 싼타마켓을 마련하기 전에는 빈첸시오회를 돕기 위한 물품 판매를 펼치기도 했고, 현재 주일 9시, 11시 미사에 차를 가져오는 신자들에게는 환경세 1000원을 받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성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영철 주임신부는 “나눔은 사순 시기 등 특별한 계기가 필요한 때 외에도 늘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나눔의 의미를 강조했다.

앞으로 본당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마련한 성금을 모아 본당이 준비하고 있는 이주민가정 자녀 주간보호소 설립과 함께 본당 관할 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정 신부는 “본당 구역 내에 살고 있는 많은 이주민들이 더 쉽게 성당에 올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본당은 격월제로 싼타마켓을 실시해 본당 신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나눔의 장이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행사 전체 진행을 맡은 본당 홍보분과장 이나리(리드비나)씨는 “본당의 싼타마켓을 더욱 활성화해 지역 내 어려운 이들에게 더욱 직접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 수원교구 신장성당에서 지난 6일 열린 직거래 중고장터 ‘싼타마켓’.
사순절을 맞아 절제·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이날 장터에는 어린아이부터 백발 노인에 이르기까지 판매자로 나서 다양한 중고물품을 판매했다.
이날 수익금의 일부는 본당 구역 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일 계획이다.
 
 
이우현 기자 (helena@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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