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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기획] 은총의 사순시 : 일상에서 떠나기

마음으로 비우고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의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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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홀로 들어가거라. 홀로 머물러라. 그리고 다른 사람이 되어 나오라."

베르나르도 성인이 말한 피정의 의미다.

 사순 제2주일.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 사도를 "따로 데리고 높은 산으로"(마태 17,1) 올라가신 것처럼, 피정은 삶의 번잡함에서 떠나 하느님의 현존 안으로 들어오라고 초대한다. 세속의 시끄러움, 빠르고 복잡다단한 일상을 떠나 고요한 곳에서 그분 앞에 나를 던져보자.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걱정들을 하느님 앞에 내려놓고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순간, 슬픔은 기쁨의 옷으로 갈아입고 영혼은 다시 태어난다. 피정의 의미와 방법, 그리고 개인 피정을 할 수 있는 피정의 집<표 참조>을 소개한다.


피세정념(避世靜念)의 준말인 피정은 `세상을 피해 고요한 마음을 지닌다`는 뜻이다. `주님과 함께 영혼을 정화시키는 휴가`로,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성찰과 반성을 통한 정화의 의미보다 주님 안에서 쉰다는 의미가 더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피정의 궁극적 목표는 하느님께로 나아감이다.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서 인간이 하느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우리 안에는 하느님의 모상이 있다는 것을 믿고 새로운 지평을 향해 문을 여는 것이다.

 그러려면 물질과 욕망으로 다가오는 세상에 눈을 감고, 하느님을 향한 눈을 떠야 한다. 침묵과 기도 속에서 세상 가치 기준과 판단은 사라지고 오로지 하느님 앞에 홀로 남게 된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삶의 주도권이 하느님에게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의탁하게 된다.

 강유수(가르멜남자수도회) 신부는 "피정은 자신의 죄에 갇혀 사는 것을 넘어 믿음과 희망의 문을 열어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예수님은 우리 죄를 용서해주시고, 모든 것이 주님 손 안에 있다는 것을 믿을 때 새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영적인 자유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이끄심을 느끼려면 어떤 마음으로 피정에 임해야 할까. 피정을 위한 중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피정 지도자들은 "가장 중요한 자세는 자신을 주님께 맡기겠다는 의지"라고 입을 모은다. 또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세상의 번잡한 잡음들을 꺼야 한다. 한적한 곳에 있을수록 하느님께 다가가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피정의 수호성인 로욜라의 이냐시오(예수회 설립자)는 "한적한 곳에 외따로 지냄으로써 정신이 많은 일에 분산되지 않고 모든 관심을 하느님을 섬기고 자기 영혼을 향상시키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하느님이 주신 우리의 능력을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냐시오는 `피정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영성수련을 통해 영신 생활의 높은 수준에 달하는 지름길을 밝혀줬다. 그는 피정은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하느님 사랑을 일상의 삶에서도 살아가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예수마음배움터(경기도 파주)에서 10년 넘게 영성수련을 지도해온 권민자(성심수녀회, 예수마음 기도 창시자) 수녀는 "영적 여정의 길은 자신의 허약함을 드러내고 하느님 사랑으로 상처를 회복한 후 다른 이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수 신부는 "피정을 하면서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죄를 정당화시키면 하느님이 거저 주시는 선물을 받지 못한 채 하느님을 빗겨가게 된다"며 "자신의 문제에만 끙끙거리다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를 맛보지 못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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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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