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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시기] 익숙함, 편리함과 결별 (2)

커피ㆍ청량음료ㆍ인스턴트식품과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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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아침,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하거나 역에서 내려 회사로 가는 출근길에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늘어서 있다. 심지어 패스트푸드점과 제과점에서도 진한 커피향이 풍겨 나와 후각을 자극한다.

 출근하면 커피 한 잔 뽑아들고 업무를 시작하는 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작된 나의 오랜 습관이다. 점심식사 직후 소화도 시킬 겸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또 하나의 재미였는데, `커피ㆍ청량음료ㆍ인스턴트식품과 결별`이라는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평소 청량음료는 그리 즐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커피와의 결별은 첫날부터 수많은 유혹에 직면했다. 지하철 역사에 새로 문을 연 커피전문점이 개업 이벤트로 아메리카노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공짜인데 그냥 눈 딱 감고 한 잔 받아 마실까? 하지만 첫날부터 결심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그렇게 유혹을 억누르고 출근했는데 이번에는 무의식적으로 커피자판기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정수기에서 물 한 잔을 따라 자리에 앉았다.

 "아, 맛있겠다." 어디서 구수한 인스턴트 커피향이 코끝을 간지럽게 한다. 한 선배는 건강에 해롭다고 설탕과 크림을 뺀 이른바 블랙커피를 마시지만, 커피는 역시 설탕과 크림이 적절한 비율로 혼합된 믹스커피가 제일이다.

 "아! 미치겠다."

 사순절을 보내면서 내가 제일 즐기는 것 하나를 절제하자는 심정으로 끊었는데 커피 중독이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 이틀도 안 됐는데 괜히 불안하고 기사를 쓸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대신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커피를 한두 잔 마시던 습관 때문인 듯하다. 커피를 마시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마다 물을 많이 마셔 화장실도 자주 가게 됐다.

 하루는 취재 차 방문한 곳에서 "차는 무엇으로 드릴까요?"하고 묻는데 무심결에 "커피요!"하고 대답했다. 평소 하루 세 잔 이하로 억제하면서 나름 `중독` 수준은 아니라고 자부했는데 이쯤 되면 중증이다. 금연하는 사람들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단돈 천 원이면 사먹을 수 있는 편의점 음식들도 퇴근길 공복인 나를 유혹한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니 인스턴트식품도 자주 애용하는 편이었다. 늦도록 일을 하고 귀가할 때면 배가 고프다. 허기가 심할 때면 컵라면과 편의점 김밥, 패스트푸드로 간단하고 빠르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곤 했다.

 배고프거나 끼니가 늦어질 때 간식으로 떡을 먹고, 조금 허기지더라도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오히려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할 때였다. 반찬으로 소시지와 떡갈비(냉동가공식품)가 올라온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끊기`로 약속했으니 먹지 않는 것이 옳지만 다른 반찬은 김치와 미역국뿐이다. 결국 두 조각을 집어먹었다.

 인스턴트식품이 몸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동안 내 몸이 싫어하는 음식을 그저 간편하고 맛있다는 이유로 먹어 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직 몸이 느끼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음식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일어났다. 바르게 만든 건강한 먹을거리를 알맞게 먹는 행위 자체가 하느님이 주신 생명과 내 몸을 사랑하는 일임을 새삼 깨달았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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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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