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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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 초록 사순특강] (4) 이 시대의 성직, 농부

밥 한 그릇에 우리 ‘미래’ 있다, 시장논리로만 생각하면 농업 위기 초래, 사람·자연 살리는데 힘쓰는 농부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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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홍(시인)
 

우리 농업과 농촌이 무너진 가장 큰 까닭은 많은 사람들이 농업 문제를 시장논리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업은 공기, 물, 해와 같이 생명과 이어지는 산업으로, 시장논리로만 봐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농산물을 개방한 대가로 공산품을 수출해서 나라 경제를 살리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우선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위해서 우리 농업과 농촌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사람들이 들끓고 있으니 농부들은 일할 힘을 잃는다.

농부를 인류의 건강뿐 아니라 파괴된 지구를 치유하고 살리는 영웅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농부는 되고 싶다고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늘이 불러줘야 농부가 될 수 있다. 스스로 욕심을 버리고 농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면 하늘이 불러준다고 한다.

고용인을 두지 않고 가족끼리 짓는 소규모의 농사 또는 농민을 소농(小農)이라 한다. 다른 말로 ‘가족농’이라 하기도 한다. 소농은 자기가 심은 농작물을 한 식구처럼 정성껏 돌보고, 믿을 수 있다. 또한 땅심(토지가 농작물을 자라게 할 수 있는 힘)이 살아나고 천적이 생겨 병해충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으며, 생산한 농작물이 지역 안에서 소비가 이뤄지므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식량 주권을 지킬 수 있다. 그 밖에도 소농을 살려야만 하는 까닭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질이 중심이 되는 메마른 사회를 사람과 자연중심으로 이끌어가면서 고향처럼 푸근한 정을 느끼게 하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놀이와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리하여 종자주권을 지켜나가고, 생물의 다양성을 연구하여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데 이바지할 수 있다.

소농을 살리는 길은 거창한 게 아니다. 도시에서 사는 가족이 소농과 자매결연을 맺어 한 형제처럼 자주 찾아가서 일손을 거들고, 밥을 나눠먹고 생산한 농산물을 서로 나누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소농이 늘어나야만 오염된 자연이 되살아나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밥상 위에 밥 한 그릇이 올라오려면 만물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밥 한 그릇은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울려 만든 성스럽고 거룩한 ‘마무리’며 ‘미래’다. 밥 한 그릇 속에는 깊은 우정이 있고 서로를 위로하는 따뜻한 사랑이 있고 평화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조금 바꿔야 한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지를 않으면 이해할 수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를 않으면 곧 위태롭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 21세기에 살고 있다. ‘무엇을 먹고 마실 것인가!’ 그것이 우리 농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농촌이 무너지면 이 땅에 살아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이 컴퓨터나 자동차를 씹어 먹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누가, 어떤 방법으로 농사를 지은 먹을거리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밥상에 오르게 되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서정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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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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