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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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당 특별한 사순 이야기] (4) 수원교구 은행동성가정본당 양근성지 도보순례

주님·선조 수난 묵상하며 소외된 이웃에 나눔 실천, 10·20km 두 코스 진행 … 순교신심 되새겨, 참가자 전원 아프리카 선교 후원 동참 ‘눈길’, 다양한 연령층 함께해 친교·화합 계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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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교구 은행동성가정본당은 사순시기를 맞아 도보 성지순례에 참가, 수난 묵상과 나눔 실천의 계기를 마련했다.
 

사순시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자 신자들이 직접 나선 공동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3월 26일 수원교구 양근성지에서 ‘아프리카 선교 후원 도보 성지순례’를 마련한 수원교구 은행동성가정본당(주임 최규화 신부)이 그 주인공. 이날 도보순례에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신자들이 10km, 20km 코스에 참가, 각각 1만 원, 2만 원씩 아프리카 선교 후원금을 냈다.

이날 도보 성지순례는 약 4시간에 걸쳐 양근성지 권일수 신부의 지도로 진행됐으며, 모두 143명의 본당 신자들이 참여했다.



# 순교 정신 되새기며

도보 성지순례가 진행된 양근성지(전담 권일수 신부,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오빈리 173-2)는 한국교회 창설 주역인 권철신, 권일신, 윤유일, 윤유오, 윤점해, 권상문, 조숙-권데레사 동정부부가 태어나거나 살다가 순교한 곳이다. 한국교회에 신앙의 씨앗이 처음 뿌려진, 그래서 신앙의 열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성지다.

은행동성가정본당은 이렇듯 순교자들의 얼이 살아 있는 양근성지를 도보순례하며 그들의 순교 정신을 가슴 깊이 되새겼다. 한 손에 묵주를 들고 기도하며 걷는 이들의 모습에는 그리스도의 고통과 고난의 참 의미를 깨닫고자 노력하는 신앙의 열정마저 묻어났다.

김병천(프란치스코) 총회장은 “주임신부님께서 사순시기를 뜻 깊게 보내기 위해 본당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도보 성지순례를 먼저 제안하셨다”며 “오늘 순례에는 많은 신자들이 참여해 친교와 화합의 장이 될 수 있었고 특히 순교자들의 얼이 서려있는 양근성지에서 진행돼 순교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10km 순례 코스에 참가한 3지역 홍경화(데레사·78)씨는 “허리도 아프고 무릎 관절도 좋지 않지만 조금이나마 그리스도의 수난 고통에 동참하고자 도보 성지순례에 참가하게 됐다”며 “한국교회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초기 신앙 선조들이 꿋꿋하게 순교로써 믿음을 증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순례에는 홍씨와 같은 70·80대 고령 참가자들이 코스를 완주하는 등 열정을 보여 젊은 신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이날 도보 성지순례가 더 특별했던 것은 그리스도의 고통과 고난에 동참한 것과 더불어 이웃사랑 실천을 위한 아프리카 선교 후원이 목적이었기 때문. 참가자들은 각자 상황에 맞게 10km, 20km 코스에 참여, 각각 1만 원, 2만 원을 아프리카 선교 후원금으로 냈다. 지난해에는 본당 초등부, 중·고등부 학생들이 같은 취지로 도보 성지순례에 참가하기도 했다. 현재 수원교구에는 한만삼·이승준 신부 등이 아프리카 수단에서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순례에 참가한 신자들의 발걸음에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소외받는 이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 매 발걸음마다 나눔의 기쁨이 묻어났다. 이들은 지금도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묵주기도와 화살기도를 바치기도 했다.

이재분(마리아·74)씨는 “문득 아프리카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신 고 이태석 신부님이 떠올랐다”며 “신부님이 수단에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 사목활동하신 것에 비하면 오늘의 도보순례는 작은 나눔의 실천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본당 청년 봉사부로 활동하고 있는 최연주(안젤라)씨는 “청년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모습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며 “오늘 도보 성지순례에서 모인 후원금이 아프리카의 고통 받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친교·화합의 장

이날 순례는 본당 공동체 전 신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만큼 다양한 연령·계층의 신자들이 참가했다. 성격, 취미, 연령 등 모든 것이 달랐지만 이날만큼은 같은 신앙 안에서 한 형제자매의 모습이었다. 신자들은 도보순례를 하며 각자 자기의 몫을 나누는 가운데 걷기 힘들어하는 이들을 부축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고령의 참가자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걸어갈 때면 어느새 젊은 참가자들이 곁에 와 손을 잡아주고 부축했다.

5지역 조명숙(아가타·78)씨는 “같은 신앙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친가족같이 느껴진다”며 “서로 격려하고 가진 것을 나누면서 참 신앙인의 모습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이날 도보 성지순례는 소공동체 활성화의 밑거름이 됐다.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신자들도 이날 행사를 통해 함께 땀을 흘리며 한층 더 가깝게 된 계기였다. 3시간30분여에 걸쳐 20km 코스를 완주한 이들은 순례를 마치고 서로 얼싸 안으며 성지순례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본당 소공동체위원회 최원심(엘리사벳) 회장은 “오늘 도보 성지순례를 계기로 신자분들이 서로 돕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한층 가까워졌다”며 “앞으로 주임신부님을 중심으로 한 친교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선교 중장기 계획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김병천(프란치스코) 총회장(맨 왼쪽)이 70대 어르신의 손을 잡고 순례에 함께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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