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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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당 특별한 사순 이야기] (5) 성화 감상으로 신앙 되새기는 서울 번동본당

스크린으로 성인 신앙여정 생생히 체험, 각자 신앙 되돌아보는 회개·쇄신의 기회, 매일미사·성경 필사·특강 등 프로그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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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돌아오는 사순시기지만 이 시기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대교구 번동본당(주임 배갑진 신부)은 ‘성인’을 사순시기 길잡이로 선택했다. 매주 금요일 사도 베드로, 오상의 성 비오 신부, 사도 바오로 등의 삶과 신앙을 담은 성화 감상을 통해 사순시기를 의미있게 보내고 있는 것. 이뿐만 아니라 매일미사 참례, 성경 필사, 회개와 용서 등을 실천하며 전 신자가 뜻 깊은 사순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서울 번동본당 신자들이 오상의 성 비오 신부의 삶과 신앙이 담긴 성화를 감상하고 있다.
본당은 이번 사순시기 동안 매주 금요일 성화를 상영해 신자들의 신앙 성숙을 꾀하고 있다.
1일 오전 11시30분, 불 꺼진 번동성당 마리아홀 스크린 위로 오상의 성 비오 신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50여 년간 오상의 상처를 지니고 살아야 했던 성 비오 신부의 고통과 신앙을 담은 성화가 상영 중이었다. 손바닥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애쓰던 비오 신부가 손에 감긴 붕대를 푸는 순간, 성화 감상에 집중하고 있던 본당 신자들도 숨을 죽였다.

“세상에! 상처가 그대로네!”

스크린 앞에 모여 앉아 있던 100여 명의 신자들은 비오 신부의 손바닥에 그대로 남아있는 ‘못박힌 흔적’을 보고 감탄하며 두 손을 모았다. 눈을 감고 작게 기도를 읊조리는 신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성인의 삶과 신앙에 깊게 몰입한 신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번동본당 신자들은 매주 금요일 성당 지하 마리아홀에서 상영되는 성화감상을 통해 사순시기 신심을 북돋우고 있다. 사도 베드로, 성 김대건 신부, 오상의 성 비오 신부, 사도 바오로, 성 프란치스코 등 성인들의 삶을 통해 모범적인 믿음의 길을 따르고자 함이다.

성화 상영에 대한 신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3시간을 훌쩍 넘기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하나 자리를 뜨는 이가 없다. 지루할 수도 있는 단조로운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훔치거나, 감탄사를 내뱉는 등 성인들의 영성에 빠져든다.

조경자(가타리나·번동본당 성모회장)씨는 성화 감상을 통해 신앙적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고백했다.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 그리고 사랑을 기억하면서 저 또한 희생과 절제하는 사순절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유혹 앞에서 한 없이 약한 제 모습을 보며 실망도 많이 했어요. 성화 감상을 통해 성인들의 삶을 보고 묵상하면서, 성인들 또한 저와 마찬가지로 나약하고 실수 많은 인간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하신 하느님께 의탁한다는 것도요. 성화를 감상하면서 다시 신앙적인 용기를 얻게 됐어요.”

이길연(데레사·번동본당 청소년위원회장)씨 또한 성인들의 삶을 통해 사순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해 묵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를 통해 성인들의 삶을 보면서 저절로 묵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성인들처럼 똑같이 할 수는 없겠지만, 예수님을 따라 살고자 몸부림쳤던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어요. 죽음으로써 주님을 증거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과연 나는 성인들처럼 목숨을 내 놓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저절로 반성이 되더라고요.”

어르신들 또한 성화 감상에 맛들이고 있다. 노쇠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3시간가량 이어지는 성화 감상에 참여할 정도로 열의를 보인다. 더빙이 아닌 자막을 읽어야 하는 경우에는 돋보기를 동원해서라도 성인들의 삶을 배우려 노력한다.

조경자씨는 “어르신들에게 성화가 새로운 신앙적 자극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어떤 TV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전했다.

본당은 성화 상영 외에도 신자들이 사순시기 신앙인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영적 신심을 북돋울 수 있도록 다양한 사목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를 사순시기 주제로 정해 신자들에게 매일미사 참례, 성경 필사, 회개와 용서의 삶 살기를 권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10시 미사 후 공동 십자가의 길을 봉헌하고, 격주로 특강도 마련했다.

배갑진 주임신부는 “신자들이 신심을 키우는 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특히 신앙을 통한 궁극적인 기쁨을 느끼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사순시기를 맞아 성화 상영 등을 통해 신자들의 신앙적 감성에 자극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배 신부는 “신자들의 다른 신심 행위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성화’라는 매개체를 앞으로도 계속 활용할 예정”이라면서 “성인의 일대기를 그린 성화 상영이 끝난 이후에는, 복음적 가치를 잘 구현하고 있는 다른 주제의 영화 상영을 통해 신자들의 영성 함양을 도울 것”이라 말했다.


 
▲ 번동본당은 사순시기동안 매일미사 참례, 성경 필사 등을 권하고 매주 금요일 10시 미사 후 공동 십자가의 길을 봉헌하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임양미 기자 (sophi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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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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