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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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시기] 익숙함, 편리함과 결별 (4) 소비와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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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꼭 필요해서 샀을까? 문득 의문이 든다.

 평소 한 달에 1~2번은 주말에 차를 몰고 대형마트에 간다. 계산대 앞에 줄을 선 쇼핑카트에는 `1+1 우유` `2+1 쿠키` `3+1 냉동만두` `한정세일 삼겹살` `특별기획 샴푸ㆍ린스세트` `초특가 아동 내의` 같은 물건이 가득 실려 있다. 마트에서 한 번 쇼핑을 하면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꼭 사야 할 목록을 메모지에 적어오지만 구입 물건의 절반 정도는 매장에서 즉흥적으로 집어든 것이다. 다시 말해 충동구매다. 묶음으로 사면 싸니까, 할인할 때 미리 사두면 좋을 것 같아, 10만 원 이상 구매하면 1만 원 상품권을 주니까.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인터넷 쇼핑도 마찬가지다. `반값 찬스` `오늘만 특가` `봄 신상품 1만 원대` `○○카드 10 더 싸게`라는 식의 문구가 적힌 광고메일에 이끌려 습관처럼 매일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한다. 그리고 가끔은 불필요한 소비를 했던 것 같다. `○만 원 이상 구매 무료 배송`이라는 조건 때문에 배송료 몇 푼 아끼겠다고 계획에도 없던 물건을 구매하는 일도 더러 있었다. 참 바보 같은 짓이다.

 그렇다고 사놓고 쓰지도 않을 물건을 구매하거나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한 것은 아니다. 계산기를 두드려 품목별 단가를 따져보고, 가격비교를 하고, 할인혜택을 최대한 이용해 합리적으로 구매했다. 적어도 난 과소비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낄 수 있는 것에 낭비한 건 없는지 되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비와 결별`을 결심했다. 삶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생필품을 제외하고 말이다. 먼저 지난 한 달 동안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쭉 적어 내려간 뒤 정말 필요해서 쓴 돈과 무계획적으로 쓴 돈이 얼마인지 분류를 해 보았다. 굳이 지금 당장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 꽤 많았다.

 사순기간에 외식도 금지. 인터넷쇼핑은 꼭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만 접속하고, 쇼핑을 조장하는 광고메일은 열어보지 않고 모두 `휴지통`으로 보냈다. 며칠간은 힘들었다. 열지도 않고 버리려니 뭐가 들어있나 궁금해 죽겠다. 소위 `돈 되는 할인 정보`를 놓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나기도 했으나 구매 충동은 3분만 참으면 사라졌다.

 대형마트는 확실하게 발길을 끊었다. 다행히 밀가루, 설탕, 식용유, 샴푸, 세제 등 웬만한 생필품은 대용량 또는 묶음으로 구매해 놓은 것이 남아 있어 당분간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식료품이나 소소한 생활용품은 그때그때 아내가 동네 슈퍼마켓에서 조금씩 구매했다.

 자가용을 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는 결심 때문에 마트에 갈 일도 없었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버스를 탈 걸 생각하면 차 없이 마트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난한 이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할까?"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수녀들은 스스로 이렇게 질문을 하면서 지출을 한다는 말을 듣고 살짝 죄책감이 들었다. 나름 자제한다고 노력해도 가끔 구매충동이 들곤 했는데 이 말씀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니 어떤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적어도 세 번은 생각해 보는 습관까지 생겼다. 막연히 안 쓰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선택적인 소비습관을 갖는 것이다.

 술보다 끊기 힘들다는 과소비 습관. 소비의 유혹 앞에 계획적 지출과 절제가 가능한 삶이 되려면 아직도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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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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