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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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르포] 20년간 주검 수습 도운 성가복지병원 장기연 김고망 부부 봉사자

쓸쓸한 마지막 길 달래며 영광된 부활의 길로 인도, 행려인·영세민 등 소외계층 시신 수습 봉사, 가족 같은 마음으로 고인 영면 위해 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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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연·김고망씨 부부가 성가복지병원 옥상에서 환자들의 침대 시트를 털고 있다.
 

성 금요일 오후 3시. 어둠이 온 땅을 뒤덮었다. 성전 휘장 한가운데가 두 갈래로 찢어졌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 그리스도가 큰소리로 외쳤다.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십자가 위에서 영광된 죽음을 맞은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거둔 이가 있다. 유다의 한 고을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다. 그는 예수님의 시신을 내려 아마포로 감싼 후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에 모셨다. 십자가 고통으로 얼룩진 예수님의 몸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온 정성을 다해 성체를 돌본 요셉. 부활 새벽, 아마포를 떨치고 일어나 무덤 문을 열고 일어선 예수님께서는 아마도 요셉의 고마운 손길을 기억했을 것이다.

이 시대의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있다. 20년간 성가복지병원에서 시신 수습을 도와온 장기연(세례자요한)·김고망(사라)씨 부부다. 이승에서 쓸쓸히 죽어간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며 하늘나라를 약속하는 기도를 대신 바쳐온 이들 봉사자 부부의 ‘부활’이야기를 들어봤다.



■ 숨을 거두시다

죽음의 소식은 늘 느닷없이 찾아온다. 한밤 중 잠을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가장 기쁜 잔치의 순간에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혹독한 날씨 속에서도 죽음을 알리는 전화벨소리는 예고가 없다. 성가복지병원에서 20년간 시신 거두는 일을 도와온 장기연·김고망씨 부부는 늘 겸허한 마음으로 죽음의 소식을 맞이한다. 병원에 머물던 환자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장씨 부부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발걸음은 급하지만 마음만큼은 담담하다. 또 한 분의 ‘주님’이 ‘부활’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이곳 성가복지병원에 장례가 많이 났었어요. 무의무탁자, 행려인, 영세민 등 우리 시대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이곳을 찾아왔었지요. 가족도 없고 아무 연고도 없는 이들이 이곳에서 쓸쓸히 죽어갔어요. 시신을 찾아가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희는 그분들의 시신을 거두는 작업을 도와 왔습니다.”

장례가 많았을 때에는 하루 몇 번이고 병원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그때는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었어요. 병원에서 시신 수습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그 사이 또 장례가 나서 다시 병원으로 오라는 연락이 와 있었죠. 그렇게 3번 정도 집과 병원을 오가니 날이 밝더라고요. 시신 수습을 하느라 꼬박 밤을 지새운 셈이죠.”


 
▲ 장기연·김고망씨 부부가 성가복지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와 만나고 있다.
 


■ 묻히시다

주검을 마주하는 일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숨을 쉬고 피가 돌던 인간의 몸에 감돌던 영이 사라지고 오로지 차가운 몸뚱이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씨 부부에게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 성령이 이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듯한 방에 시신을 안치하고, 깨끗한 물로 시신의 얼굴을 닦는다. 혹여 눈을 감지 못한 이들의 눈을 감겨주기도 한다. 굳은 몸은 주물러 곧게 펴고, 다리가 벌어지지 않도록 광목으로 가볍게 묶은 후 두 손을 배 위에 모아 놓고 십자가나 묵주를 쥐어 준다. 24시간 후 염습(殮襲)을 한다. 시신의 몸을 깨끗이 닦은 후 수의를 입혀 관 속에 고인의 몸을 뉘는 것이 이들 봉사자 부부의 역할이다.

이승에서 가난과 무관심, 세상의 멸시로 고통 받았던 성가복지병원 환자들의 마지막은 장씨 부부의 따듯한 손길 위에서 마무리된다.

“이제까지 1000여 분의 시신을 수습했어요. 웃으며 떠나시는 분,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 속을 헤매셨던 분…. 다양하지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분들을 보내드립니다. 모두 천국에 가셨을 거예요. 이 세상에서 고통 받은 만큼 하늘나라에서 행복할 테니까요.”

■ 부활 후 두 제자에게 나타나

장씨가 주검을 수습하는 일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여주 출신인 장씨의 부친 역시 마을에서 주검을 수습하는 일을 도와온 까닭에 장씨 역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죽음을 접해왔다.

“마을 어르신들 대부분이 저희 집을 거쳐 하늘로 떠나셨어요. 그 때문에 저 또한 죽음이나 주검에 대해 두렵게 여기는 마음보다는 그저 ‘좋은 곳으로 잘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남편의 권유로 봉사를 시작한 김고망씨 역시 이 봉사직을 소명으로 느낀다고 고백했다.

“남편의 일을 돕다 우연히 수시(收屍·시신이 굳기 전에 수습하는 것)를 도왔는데, 그때 ‘아, 이 일이 내 일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주로 의정부교구 청학본당에서 상장례봉사를 돕고 있어요. 이런 소명을 주신 주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성가복지병원 병원장 홍석임(비앙카) 수녀는 이들 부부의 봉사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저희 병원에서 없어선 안 될 분들이십니다. 언제든 달려와 온갖 궂은 일을 마다않고 해 주시니까요. 정말로 든든하고 고마우신 봉사자 부부세요.”

장씨 부부가 가장 마음 아프게 남은 죽음에 대한 기억을 풀어놓았다.

“한 번은 아무도 시신을 찾아가지 않아서, 두 달 동안 냉동실에 보관했던 적이 있었어요. 마음이 많이 아팠죠. 그 추운 냉동실에 두 달 동안이나….”

“장례가 난 후 가족들이 찾아왔는데 맥주, 과일, 음식은 잔뜩 시켜 먹으면서 20만 원밖에 안 하는 수의와 관 값이 아깝다며 그마저도



가톨릭신문  201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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