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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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바이러스 퍼트리는 모녀될게요

부활 대축일 세례받는 정유라씨와 대모 콘치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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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라(오른쪽)씨와 콘치타씨는 함께 걸을 때면 늘 손을 잡는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면 언제나 함께 웃는다.
정씨와 콘치타씨가 진안성당 마당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지난해 늦은 봄 무렵이었다. 두 사람 모두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아팠던 때였다. 두 사람은 깊게 패인 마음의 상처를 지난 1년 동안 서로 보듬어줬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서 인생은 아픔보다 기쁨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두 사람은 24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전주 화산동성당에서 대모와 대녀로 영원히 끊어지지 않을 `모녀` 관계를 맺는다.

진안 인보 다문화지원센터서 만나

 전북 진안 인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정유라(라파엘라, 27)씨와 16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진안군에 살고 있는 이주민 콘치타(50)씨 이야기다.

 정씨와 콘치타씨는 서로 눈만 마주쳐도 저절로 웃음이 나는 사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사랑이 가득 느껴진다. 정씨는 콘치타씨를 이모라고 부른다.

 "이모는 정말 닮고 싶은 사람이에요. 속이 깊고 마음이 정말 따뜻해요. 이모를 만나고 함께 지내면서 제가 변화하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이모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사람이죠. 예비신자 교리를 배우면서 세례를 받을 때 `대모님`이 있어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제일 먼저 생각난 사람이 콘치타 이모였어요. 이모의 따뜻한 마음을 닮고 싶어요."

 한국 생활 16년 만에 처음 대녀를 갖게 된 콘치타씨는 정씨의 부탁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며 "행복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유라는 모든 사람을 웃는 표정으로 대해요. 웃을 일이 많이 없는데 유라 얼굴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해져요. 센터에 오는 이주민 여성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고 그렇게 잘 챙겨줄 수가 없어요. 대모가 되면 정말 딸처럼 유라를 더 사랑해줄 거예요."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칭찬을 끝없이 늘어놓았다. 칭찬만 하면 재미가 없다고, 서로에게 솔직히 아쉬웠던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었으면 말해달라고 하자 "정말 좋은 점 밖에 없는 사람"이라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또 까르르 웃었다.

 불과 1년 여 전만 해도 정씨는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평탄했던 그의 인생에 갑작스럽게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매일 눈물만 흘렸다.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던 중 우연히 인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직원을 뽑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센터장 최옥분 수녀와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서로 마음 상처 치유받아

 콘치타씨도 비슷한 시기에 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글교실을 찾았다. 오랫동안 한국에 살았지만 오로지 일만 하고 사느라 한글을 배울 시간도 없었다. 남편 눈치가 보여 성당에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15년 동안 집에서 혼자 틈틈이 기도를 하며 신앙의 갈증을 풀어야만 했다. 마음이 너무 힘들었을 때 남편이 양해를 해줘 이곳 센터와 진안성당을 찾게 됐다. 그리고 정씨를 만났다.

 정씨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고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사는 콘치타 이모를 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게 됐다"면서 "이모는 웃음을 되찾게 해주고 나를 변화시켜 준 고맙고 또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콘치타씨는 "지난해 여름 많이 속상한 일이 있었을 때 유라가 찾아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힘내요!`하고 말해줬는데 정말 큰 힘이 됐다"며 "유라는 나와 마음이 통하는, 친딸같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세례를 받고 당분간 콘치타씨가 다니는 진안본당에서 함께 주일미사에 참례하며 `대모님`의 신앙생활을 보고 배울 생각이다. 인터뷰 도중 정씨의 계획을 처음 들은 콘치타씨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그냥 우리 집에 같이 살자"면서 정씨의 팔을 잡아끌었다.

 정씨가 직접 선택한 세례명 `라파엘라`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라파엘라는 다른 이들을 치유해주는 천사에요. 제가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콘치타 이모같이 좋은 사람도 만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은 것처럼 저도 상처입고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사람으로 살 거에요. 하느님 자녀로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콘치타 이모가 많이 도와줄 거라 믿어요.(웃음)"

 정씨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콘치타씨는 특유의 따뜻하고 사람 좋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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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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