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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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특집] 생명 살리는 유기 축산 농가를 가다

구제역 ''사순시기'' 넘어 유기 축산물 인증으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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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우리 농촌의 현실은 어둡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에서도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 뜻있는 사람들이 귀농하여 생태 유기 농업의 씨앗을 뿌리고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고 희망적이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가 지난해 펴낸 환경지침서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실천」 `농업인/어업인`(53항) 에 나오는 내용이다. 문헌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 농촌의 현실은 기쁘고 밝은 부활의 느낌보다는 우울하고 어두운 사순의 느낌이 짙다.
 
 그럼에도 생태 유기농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가톨릭 농민들 덕분에 `희망`이 있다. 유기 젖소와 한우를 기르는 안동가톨릭농민회 정원학(바오로, 59)씨의 `소라목장`을 찾았다.


 
▲ 소라목장 대표 정원학(바오로)씨가 젖소에게 유기농 볏짚을 먹여주고 있다.
 

바람 솔솔, 햇살 내리쬐는 목장 

 12일 낮 경북 예천군 풍양면 공덕리 소라목장. 얼룩이 젖소와 누렁이 한우 150여 마리가 1만 3000㎡(4000평) 목장에 널찍이 흩어져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등 위로 따뜻한 햇볕이 쏟아지고, 바람도 솔솔 불어 소들은 한껏 졸리운 표정이다.
 
 여유로운 모습을 가까이서 보려고 다가서자 낯선 사람 접근을 눈치챈 소들은 단번에 경계의 눈빛으로 바뀐다. 25년째 소를 길러온 농장 주인 정씨와 부인 민이분(안나, 53)씨가 다가갈 때는 그렇지 않았다.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다. 소들이 사람과 교감하는 듯 느껴졌다.
 
 목장은 시설부터 남달랐다. 축사 기둥 곳곳에 달린 스피커에서는 클래식과 팝송이 잔잔히 흘러나왔다. 바닥에는 유기농 왕겨를 깔아 소똥과 오줌을 흡수하고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갓 태어난 송아지와 젖소, 한우, 임신 소를 구분해 상태와 발육 정도에 따라 다른 축사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대형 선풍기 19대를 설치해 한여름에도 소가 더위를 먹지 않도록 배려했다.
 
 게다가 목장 절반 이상이 방목장이어서 소들은 언제든 자유로이 뛰논다. 사료도 전부 유기농 원료로 만든 것들뿐이다. 젖을 먹는 어린 송아지들은 귀에 전자태그를 달아, 배가 고플 때 기계 젖꼭지를 물면 몸무게와 건강상태에 따라 알맞은 양의 우유를 공급받는다. 자동급유기 덕분이다.
 
 냄새도 거의 없고 깨끗해 사람이 살아도 되겠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정씨는 "유기 축산으로 소를 키우려면 깨끗하고 널찍한 게 첫째 조건"이라며 "(소와 축사를) 수시로 닦아주고 청소하며, 깨끗한 유기농 무항생제 사료와 가톨릭 농민이 생산한 볏짚만 먹인다"고 말했다.


 
▲ 소라목장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젖소들.
 

 
유기농만이 살길

 
유기 축산 소가 아닌 일반 소들은 주로 옥수수 성분이 다량 함유된 농후사료(곡류ㆍ깻묵류 등이 포함된 사료)를 먹는다. 옥수수에 함유된 오메가-6 성분은 장기간 섭취하면 몸에 지방이 축적되고 비만과 알레르기, 심장병 등을 유발한다. 게다가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는 대부분 유전자조작(GMO) 옥수수다. 이를 평생 먹고 자란 소에서 나온 고기와 우유가 사람 몸에 좋을 수가 없다.
 
 소라목장은 한우와 송아지를 제외한 어미 젖소 54마리가 생산하는 하루 1400~1500리터 우유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유는 오전 5시와 오후 5시 하루 두 차례 짠다. 이때도 철저한 생산관리가 이뤄진다. 한 번에 10마리씩 착유실에 들어온 소들을 깨끗이 씻긴 뒤 젖에 집유기를 물리면 우유가 자동으로 대형 냉장 탱크로 옮겨진다.
 
 이렇게 생산된 유기농 우유는 국내 대형 우유회사인 ㄴ사와 하늘땅물벗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톨릭농민회 `팜우유` 생산 공장인 경북 문경의 논지엠(Non-GM) 우유 가공 공장으로 보내져 살균처리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제품이 된다.
 
 유기농 우유로 인증받으려면 사료와 영양관리, 사육장 및 사육조건, 동물복지, 질병관리, 가공 등 80여 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일반 우유는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로운 조건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기사료를 85만 먹여도 인증을 해줬지만 올해부터 100로 강화됐다.
 
 환경과 먹이 등 소 한 마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자연, 생명, 친환경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래서 유기농은 생명의 먹을거리라 부를 수 있고, 하느님이 지으신 자연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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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지 2주된 어린 송아지가 젖병에 든 우유를 받아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