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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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꿈] (2)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자립의 희망, 이젠 꿈 꿀 수 있어요”, 노숙자 안락한 쉼터 제공하고 일자리 찾기도 도와, 세족실·도서실·빨래방휴게실 등 갖춘 문화 공간, 인문학 강좌·독후감 발표로 마음 안정 되찾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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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씨 하얀 깃털 하나가 바람에 흩날린다. 씨는 바람을 타고 사랑과 희망, 꿈을 온 세상에 전한다. ‘부활의 꿈’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노숙자들이 자립을 꿈꿀 수 있게 도와주는 인천교구 민들레희망지원센터다.



■ 사람이 사람대접 받는 곳


 
▲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를 찾은 노숙자들이 독후감 발표를 하고 있다.
이들은 발표를 통해 단절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립의 희망까지도 꿈꿀 수 있다고 말했다.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서영남 센터장님 왈 ‘사람이 사람대접 받는 세상이 가장 행복하고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하셨어요. 저 같이 사람 대접도 못 받는 노숙자들이 여기서 대접받고 사람이 됐습니다.”

김인식(가명·예비신자)씨는 지난해 9월 집단폭행을 당하고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를 찾아왔다. 전치 6주 진단을 받아 심각한 상태였지만 센터장 서영남씨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이제는 공공근로 일자리를 구해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는 김씨가 딛고 일어날 수 있는 탄탄한 받침대가 되어주었다.

인천 동구 화수동 민들레 희망지원센터(센터장 서영남)는 말 그대로 노숙자들에게 희망을 지원한다. 지난 2009년 7월 9일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 주례로 축복식을 봉헌하고 개원한 이래, 수많은 노숙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센터에는 세족실과 정보검색실, 도서실, 영화감상실, 빨래방, 샤워실, 수면실, 휴게실 등 없는 것 없이 다 갖춰져 있다. 낮 동안은 노숙자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모든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잠자리를 제공한다는 명목 아래, 수많은 노숙자들에게 한 방만 내어주는 곳과는 다른 공간이 되고 싶었다.

노숙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라 하니 왠지 편견부터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입구부터 그 편견이 깨졌다. 깔끔한 실내화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실내에는 20여 명의 노숙자들이 모여 있지만 전혀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입구에 있는 세족실에서부터 화장실까지 청결함 그 자체다.

센터에서는 노숙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제공해 주고 있다. 센터 운영을 돕고 있는 서영남 센터장의 부인 베로니카(53)씨가 엄마의 마음으로 이곳을 찾는 노숙자들에게 아낌없이 내어준다. 세족실에서 발만 닦아도 양말을 선물로 준다. 속옷과 겉옷은 물론 신발도 다 무료로 준다. 밤에는 센터에서 생활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잘 곳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찜질방 티켓도 준다.

꽃가게를 통해 번 1200만 원을 운영기금으로 내놓은 베로니카씨는 “밥만 먹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싶었다”며 “저분들에게도 인격이 있는데 씻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곳,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노숙자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문을 연만큼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는 인문학 강좌(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월요일)와 무료진료(매월 둘째 주, 넷째 주 토요일), 영화상영 등 다양한 문화인문학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이름을 부르니 꽃이 된 이들


 
▲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서영남 센터장이 독후감 발표를 하는 노숙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서 센터장은 노숙자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새 희망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를 주고자 독후감 발표 등 문화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집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꽃’ 중에서).

민들레 희망지원센터에서는 유난히 노숙자들의 이름이 자주 들린다. 사회의 그림자처럼 생활하던 그들에게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노숙자들은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꽃’이 된다. 특히 지난해 7월 독후감 발표를 시작하면서 더욱 자주 들을 수 있다. 독후감 발표는 센터가 쉬는 목 금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2~5시에 진행된다. 책 한 권을 읽고 짤막하게 발표를 하면 지원금 3000원을 제공한다. 하루에도 20~25명의 노숙자들이 독후감을 발표하기 위해 센터를 방문한다. 3000원이면 하룻밤이 해결될 수 있지만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단절된 노숙자들에게는 이 시간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센터에서 독후감 발표를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노숙자들은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존재의 이유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상제(가명·43)씨는 “센터에 와서 저도 보통사람처럼 살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됐고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며 “센터장님도 사모님도 저희에게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집이다 여기라며 힘을 주시니 저희도 차근차근 쌓아 올리면서 자립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민들레 희망지원센터에서 이뤄지는 모든 프로그램은 노숙자의 자립을 위한 것이다. 문화인문학 프로그램 외에도 취업알선, 상담 등도 하고 있다.

노숙자들은 하느님이 보내주신 손님이라고 말하는 서영남씨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계획이 있을 수 없다



가톨릭신문  201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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