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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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성월 기획] 우리 시대의 어머니 - 성동데이케어센터 봉사자 박봉순씨

어머니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봅니다, 경증 치매노인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 늘 포옹하며 인사하고 미소 잃지 않아, 건강 허락하는 한 계속 함께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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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 박봉순씨와 봉사자가 함께 치매 어르신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최근 어머니를 안아드린 적이 있습니까?’ 당장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온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렇지 못할 것이다. 어버이 날이다. 자기 부모에게마저도 무관심한 요즘, 우리 주변의 어르신들을 끌어안고 사랑을 전하는 이가 있다. 그 자신도 누군가의 딸이자‘어머니’이기에, 같은 마음으로 어르신들의 살뜰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박봉순(데레사·서울 월계3동본당)씨가 그 주인공이다



마음으로 나누는 봉사

박씨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서울 성동노인종합복지관 내 데이케어센터에서 어르신들과 만난다. 센터는 심신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경증 치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낮 동안 전문 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박씨가 센터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어르신들을 끌어안고 인사를 나누는 것. 따스한 체온이 전해지도록 꽉 끌어안고 “사랑합니다”라고 외치고 나면, 굳어있던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한 분 한 분 포옹하고 인사를 나누면 참 좋아하시지요. 저 또한 이곳에 올 때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합니다.”

인사를 마치면 어르신들에게 따끈한 차 한 잔을 대접한다. 스스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손수 먹여주기도 한다. 그리고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옛날 어느 시절에 멈춰버린 어르신들의 기억 속 시시콜콜한 추억들이 대화 주제가 된다.

“OO 어르신, 처녀 때 정말 미인이셨을 것 같아요. 쫓아다니는 동네 총각은 없었나요? △△ 어르신,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된장찌개 맛, 기억나세요?”

박씨를 비롯한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이 센터를 집처럼 느끼고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곁에서 딸도 되고, 어머니도 되고, 친구도 돼 준다.

“좋지, 뭐~!”

박씨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 어르신에게 박씨에 대해 물으니 환한 미소와 함께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짧지만 그 속에 진심이 듬뿍 담겨있다.

오전 프로그램이 끝나면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인 점심시간이 돌아온다. 11시15분부터 식사가 담긴 배식차를 끌어와 준비를 시작한다.

식판에 미리 음식을 담아두고 반찬은 쉽게 삼킬 수 있도록 잘게 자른다. 생선가시도 미리 발라둔다.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행여 사고라도 생길까 분주한 손길에도 꼼꼼한 마무리를 잊지 않는다.

식사시간이 시작되면 스스로 밥 먹기가 어려운 어르신 옆에 붙어 손을 붙잡고, 밥과 반찬을 떠준다. 어머니가 어린아이에게 해주는 것처럼 세세한 손길이 오간다. 채근하는 목소리도 어머니 잔소리처럼 정겹다.

“아이고, 밥만 드시지 마시고, 국물도 좀 드세요. 목 막히시면 어쩌려고~.”

밥을 다 먹어도 설거지에 산책 수발, 말벗되기 등 모든 일이 녹록지 않다. 그래도 박씨는 모든 일이 감사할 뿐이라고 말한다. 3년 전, 지인을 통해 센터를 처음 방문한 이후 어르신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행복’을 나눴기 때문이다.

“일을 다 마치고 돌아가면 피곤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여기 어르신들을 뵐 때면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이렇게 어르신들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건강한 몸을 주신 것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박씨의 이러한 마음이 전달 된 듯, 그는 재작년 센터에서 주는 봉사활동 500시간 상패를 받았고, 작년에는 구청장이 직접 수여하는 800시간 상패를 받았다.

노인정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박씨는 성동데이케어센터 봉사 외에 동네 노인정의 분위기 메이커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매일 노인정에 들러 부침개, 칼국수 등 간식을 손수 대접하고 둘러 앉아 수다를 떤다. 우연한 기회에 어르신들을 만나고부터 습관처럼 노인정을 드나든 것이 10여 년이 넘었다.

“노인들에게 직접 뜯은 봄나물과 쑥으로 지은 음식들은 별미지요. 어르신들께서 제가 만든 음식을 먹고 좋아하시는 모습에 이렇게 계속 이 일을 하게 됐어요.”

10여 년 간, 박씨가 어르신들을 위해 만든 따뜻한 음식 속에는 어르신들을 귀하게 여기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다.

어머니 돌보는 심정으로

박씨는 22살 나이에 시집 와 19년 동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처음에는 호랑이처럼 무섭기만 하던 시어머니가 나중에는 친어머니보다 좋아질 만큼 가까워졌다.

마음을 다해 시어머니를 모셨다. 뜨개질을 해 돈을 벌면, 시어머니를 세 들어 사는 이웃 어르신과 함께 서커스 구경도 시켜드리고, 야외 나들이도 함께했다.

시어머니뿐 아니라 이웃 어르신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어르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현재, 성동데이케어센터와 노인정 봉사활동 중에도 시어머니와 함께했던 추억 속 숨은 노하우가 발휘된다. 시어머니를 돌보는 마음으로 정성껏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어르신들을 만날 때는 몸가짐부터 신경을 씁니다. 옷차림도 깨끗하고 단정하게 하지요. 어르신들이 저를 가까이 했을 때 편안하게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신경을 씁니다. 어르신들께 좋은 향기를 전해주고 싶어요.”

박씨는 봉사활동이 끝나고 집에 가면 며느리와 그날 어르신들과 있었던 일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박씨의 마음을 며느리가 고스란히 배워가는 셈이다.

박씨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계속 어르신들 곁을 지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박봉순씨가 치매 어르신이 식사를 하는 동안 옆에서 보조를



가톨릭신문  201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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