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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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성월 기획] 우리 시대의 어머니 - 수원교구 임재혁 신부 어머니 양흥태씨

“주님 뽑으신 아들 오롯이 맡기나이다”, 아들이 선한 사제 될 수 있게 늘 기도하는 어머니, 후배 양성하며 진심어린 어머니 사랑 깨닫는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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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원로 사제는 새 사제의 첫 미사에서 “어머니는 자식이 어떤 잘못을 해도 비난하지 않고, 눈물로써 숨어서 기도하며, 자식이 잘될 때조차 교만하지 않고 더 큰 성인 사제가 되길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경중을 따질 수는 없지만 성직자·수도자를 자식으로 둔 어머니의 마음은 애틋하다. 홀로 고독한 길을 가는 자식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 뜻에 맞갖은 선한 성직자·수도자가 되길 바라는 기도뿐이다.

한 사제와 그 어머니의 사연을 통해 평범한 자녀가 성소의 길을 걷기까지 그들의 어머니가 보여준 아낌없는 사랑과 인내의 모습을 묵상해본다.



신앙의 대물림

수원교구 임재혁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어렸을 적 어머니 양흥태(안젤라·수원교구 세류동본당)씨의 모습에서 신앙을 배웠다. 어머니는 먼저 자식들에게 모범이 됐다. 어머니의 신앙생활을 보고 자란 3남1녀의 자식들은 자연스레 신앙을 체득했다.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평일미사를 봉헌하고 나면 어머니 손에 이끌려 레지오 모임 장소까지 따라가곤 했어요. 어머니께서 레지오를 끝마치고 나오실 때까지 주변에서 조용히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평범한 가정이었지만 신앙교육만큼은 확고했다. 주일·평일미사 참례는 물론 성사생활에 있어서도 자유롭지만 신앙인의 본분을 다하도록 가르쳤다.

“한창 사춘기 때 꾀가 나서 주일미사에 빠지고도 어머니께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어머니는 이내 아시고, 오늘 복음 말씀을 외워보라, 강론 내용은 무엇이냐고 질문하셨어요. 대답하지 못하면 늦은 시간에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본당을 찾아가거나 다음날 새벽미사에 참례하게 하셨지요.”

임 신부가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이러한 신앙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 양씨는 “내가 먼저 아들에게 신부가 되고 싶지 않은지 물어본 적은 없다”며 “단지 어렸을 때부터 신앙이 확고해야 나중에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신 원하는 그대로

고등학교 졸업 무렵, 임 신부는 어머니에게 신학교에 가겠다고 밝혔다. 처음에 어머니는 바로 승낙할 수 없었다. 금쪽같은 막내아들을 하느님께 맡겨드리기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에 아직은 아들의 준비가 미흡한 것만 같았다.

임 신부는 먼저 일반 대학(서강대학교 철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군 생활 중 확고한 결심이 섰다. 어머니의 기도를 바라는 임 신부의 편지에 어머니도 아들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학교를 다 마치고, 임 신부는 새로 신학교에 입학했다.

“아들이 신학교에 들어가고 나니 기도를 게을리 할 수 없었어요. 주님께서 뽑으신 아들이니 당신이 원하는 데로 맡기겠다고 기도했지요.”

임 신부의 유학시절에도 어머니의 기도는 계속됐다. 타지의 아들을 위해 편지도 주고받았다. 어머니는 지금도 그 편지를 다시 들여다보며 추억을 회상한다. 임 신부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부제품을 받던 그날의 기쁨도 어머니의 기록 속에 고이 간직돼 있다.

이러한 어머니에게 아들이 사제가 되는 그 순간은 최상의 기쁨이자 새로운 짐을 어깨에 얹는 순간이었다. 어머니는 하느님께 바쳐드린 자식에게 행여 누가 될까 목소리를 낮췄다.

“제가 살아온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것들을 받은 것 같아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하지만 신부님 어머니라는 것이 알려지고 나니 또 모든 면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더군요. 본당 공동체뿐만 아니라 구역 공동체 내에서도 말 한마디 행동거지부터 조심하게 됐지요.”

그리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아들을 위한 당부를 전했다. 신부이자 사제를 길러내는 교수인 아들이 예수님을 닮은 선한 사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바람이 있다면, 신부님이 신학생들에게 엄하게만 하지 말고 그들을 다독거려주고 이해해주는 아버지, 삼촌, 형님 같은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자기가 겪은 바대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됐으면 합니다.”

모두가 내 아들

어머니는 임 신부가 신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매년 성소주일마다 신학교를 찾는다. 임 신부의 선후배 사제는 물론 신학생들까지 모두가 자신의 아들 같이 느껴지기에 이들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기쁘다. 임 신부도 모르게 다녀가는 경우가 많아 동료 신부들이 먼저 알아보고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신학생들과 함께하는 그 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이처럼 신학교에 가는 것은 아들을 만나는 것 뿐만 아니라 배울 것이 더 많기 때문이예요. 앞으로 더 많은 본당과 개인이 성소주일 행사에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어머니는 평소에도 임 신부뿐만 아니라 주위 모든 신부들의 마음 하나까지 헤아린다. 최근 임 신부 주변의 한 신부가 성대결절로 고생했다는 소식에 자신의 아들 일인 양 걱정이다. 임 신부가 바빠 자주 연락을 하지 못하는 동기들 소식도 어머니가 먼저 챙길 정도.

임 신부도 이러한 어머니의 사랑이 든든한 버팀목이자 안식처가 돼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교수 신부로서 가정 방문을 할 때서야 문득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다.

“어머니 덕분에 이렇게 제가 원하는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표현하지 못해도 그것은 느낄 수 있지요. 어머니께서 항상 건강하셔서 오래 제 곁에 계시길 바랍니다.”

 

 
▲ 임 신부와 그의 어머니 양흥태씨가 마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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