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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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성월 기획] 우리 시대의 어머니 - ‘재소자의 어머니’ 이경숙씨

“부족한 사랑 채워주는 ‘엄마’ 되고 싶어”, 생업 미루고 식사 거르면서도 성심성의껏 봉사, 신앙적으로 변모해가는 이들 보면서 보람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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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원 재소자들이 쓴 편지들. 편견을 벗고 바라보면 이들도 여느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경숙씨는 이런 아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봉사할 것을 다짐한다.
 

“소년원에는 ‘문제아’ 혹은 ‘불량청소년’으로 낙인찍힌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주일마다 그 아이들을 만나러 갑니다. 진심으로 잘 해보고 싶어 하는 그들에게 한 마디 말로, 따뜻한 눈길로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길 원하는 마음입니다.”

이 이야기는 서울소년원에서 예비신자 교리를 맡고 있는 이경숙(로사리아·인천교구 원종2동본당) 씨의 블로그(blog.daum.net/2losaria)에 담긴 글이다. 이씨는 매 주일 소년원 아이들을 만나 가슴으로 그들을 끌어안는다. 사회와 격리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씨는 혈육의 정 못지않은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상처를 싸매고 보듬는 어머니가 되어주는 ‘재소자들의 어머니’ 이경숙 씨의 사연을 소개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씨와 재소자들의 인연은 13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 이전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 봉사와 교리교사로 바쁜 시간을 보내던 이씨는 자신의 가게를 차리게 되면서 모든 봉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바로 이 후회가 재소자를 위한 봉사의 발단이 됐다.

“봉사를 그만두고 나니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 않더군요. 결국 다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재소자들을 위한 편지를 쓰게 된 거예요.”

이들의 인연은 편지에서 끝나지 않았다. 편지로 재소자들의 사연을 전해 들은 이씨는 그들의 이야기 속 가족, 친구 등을 만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가게 일을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겨가며 뛰어다녔다.

“재소자들에 대해 샅샅이 알게 되니 그들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지요. 그들의 집, 교도관 등을 찾아다녔어요. 점점 범위를 넓혀가다 보니 14명을 한꺼번에 돌보게 된 적도 있었죠. 그래도 이를 그만둘 수는 없었어요. 사람 사이의 일인데 그럴 수야 없었지요.”

이씨는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이씨가 40세 때 처음 만난 전과 6범의 청송교도소 재소자 이야기다. 당시 28살이던 그는 끔찍이도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이 흩어져 누나 손에서 자라야 했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친구들 심부름을 해주고 얻어먹을 정도였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 그는 점점 더 독해졌고, 결국 해서는 안 될 죄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살인에 공무집행방해죄가 더해져 13년형을 살게 됐다.

이씨는 그에게 훈계를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도록 이끌었다. 이씨의 정성에 그도 조금씩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의 집안 상황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동생을 감옥에 보낸 누나는 병든 몸으로 노쇠한 아버지와 살고 있었다. 관절염으로 살이 썩고 뼈가 드러나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누나는 동생 때문에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이씨는 그의 누나를 찾아가 그 대신 누나의 마음을 위로했다. 각별한 오누이의 정이 이씨를 통해 그대로 전달됐다.

“그의 누나를 찾아가 ‘이제 그만 마음 놓고 떠나도 된다’며 안심시켰지요. 마음을 훌훌 털어버린 누나는 이후 3일 만에 눈을 감았어요.”

이씨의 마음을 알아차린 재소자는 점점 더 강해졌다. 자신도 강직성 척수염에 걸려 고생하면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출소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편지로 교제한 여성 재소자와 결혼도 했다. 이씨는 이러한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그 친구는 지금도 정말 열심히 살고 있어요. ‘전과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사회생활이 힘들지만 죽을힘을 다해 살고 있지요.”

주님 주신 탈렌트

이씨는 4년 전부터 서울소년원에서 예비신자 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본당 전례분과장까지 맡아 매주일 미사를 마치면 점심도 굶어가며 뛰어다니지만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힘들지 않은지 물어보는 사람이 무안할 정도.

“주님께서 주신 탈렌트를 세상에 나와 다시 주님께 바치는 일인데 힘든 일이 무엇이 있겠어요. 살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이씨는 아이들과 만나며 또 다른 희망을 배운다. 거칠고 폭력적인 아이들과 싸우면서도 정이 흠뻑 들어 밉지가 않다.

“공부하는 습관이 없는 아이들을 붙잡고 교리공부를 시키다 보면 화가 날 때가 많지요. 참다 못 해 아이들과 싸우게 되면 잡아먹을 듯 덤비거나 위협을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래도 힘들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어른들에게서 야단만 맞아왔을 아이들인데 저까지 그러면 되나요. 제가 먼저 사과하면 아이들도 자신의 잘못을 알고 미안하다고 용서를 청해요.”

사실 주변에는 이씨가 재소자(소년원 아이들)를 위한 봉사에 나서는 데 편견을 갖는 이들도 많다. 이씨는 블로그 속에 이런 글을 남겼다.

“어떤 애들예요? 겁나지 않아요?” 라고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이 부족하여 사람이 덜 된 아이들이에요.”

“물론 난폭하거나 눈빛이 사나워 마주치기 겁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중략)사랑을 받다 보면 그들의 눈은 순해집니다. 공손해지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씨는 아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봉사할 것을 다짐한다.

“아이들을 위해 챙겨줄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지만, 손 한 번 잡아주고 따뜻하게 받아들여주는 것이 저의 임무인 것 같아요. 신앙적으로 변모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지요. 세례를 받는 아이들도 너무 좋아해요. 밖에 나가 냉담을 한다 해도 마음속에 주님이 계신다는 사실에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



가톨릭신문  201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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