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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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꿈] (5) 황토소금 항아리 구워 꿈 키우는 성분도보호작업장 장애인들

항아리로 꿈과 희망 빚어요, ‘할 수 있다’는 자부심 향상·장애 치료에 도움, 기능경연대회에서 도예로 금상·동상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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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근 성분도보호작업장 원장(맨뒤)과 항아리를 만드는 학생들.
 

흙과 소금은 가장 진실한 사물이다. 땀 흘리는 만큼 멋과 맛을 가져다준다. 성분도복지관 보호작업장의 장애인들은 소금으로는 황토소금을, 흙으로는 그것을 담을 항아리를 만든다.

손가락 사이에 흙을 담뿍 잡아 쥐더니 조심하며 열중한다. 도자기 물레가 돌아가고 시간에 따라 항아리의 윤곽이 선명해졌다. 가마에 굽고, 소금을 담았다. 장애인들이 가진 꿈의 윤곽도 좀 더 뚜렷해졌다. 부활 제5주일, 부활에 꾸는 그들의 꿈을 황토소금 항아리 안에 담는다.

부활에 꾸는 그들의 꿈

성분도복지관(관장 김경한 수녀,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진우리 661) 보호작업장의 많은 사업 가운데 가장 많은 장애인들이 참여하고 싶어 하는 곳, 성분도 황토소금 작업장이다. 비수기인 7, 8월에는 도자기로 작품활동을 하고, 그 외의 기간에는 황토소금을 담을 항아리를 만들어 판매한다.

2007년 10월부터 시작된 이 황토소금사업은 복지관 장애인들에게 많은 꿈을 꾸게 해주었다. 신안에서 생산되는 소금 가운데 가장 품질 좋은 소금을 쓰고, 소금을 담고 구워내는 항아리까지 모두 손으로 제작해 질 좋게 농축된 황토소금을 탄생시킨다.

이곳에서 항아리를 빚는 장애인들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기능경연대회에서 도예로 금상과 동상을 받은 이들이 소금을 담을 항아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천 흙으로 빚어내는 항아리는 질 좋은 소금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작업반장 정동휘(38)씨는 자신이 만든 항아리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제가 만든 항아리에 소금이 담겨 팔린다니까 굉장히 뿌듯하지요. 도자기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제 이름으로 된 조그마한 공방을 만들고 싶은 것이 제 꿈이에요.”

그의 꿈은 또 꿈을 꿨다. TV에서 등장하는 도자기를 만드는 연인들의 로맨틱함을 보고 시작한 도자기 공부. 그는 1998년 성분도복지관 도예대학을 찾아 도예를 배우고, 기능경진경연대회에서 금메달도 땄다.

항아리를 만드는데 장애인이라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보호작업장 원장 최용근(안토니오)씨는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장점이 있다고 전한다.

“학생들을 처음 가르쳐줄 때는 조금 늦지만, 한 번 가르쳐주면 잊어버리지를 않아요. 오히려 교사의 손동작 하나까지도 그대로 따라하려고 해요.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하다 보니 기능인의 경지까지 올라가는 것 같아요.”

묵묵히 만들어내지만 그들이 빚는 항아리는 뚜껑을 포함해 하루에 50여 개가 전부. 그마저도 30가 마르면서 깨진다. 그런 수고로움에도 그들이 수작업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황토의 이로움은 차치하고서라도 스스로 느끼는 보람과 자신감 때문이다.

손으로 만들고 천연유약을 발라 800도의 고온에서 10시간을 구워내다 보니 항아리의 색은 모두 제각각이다. 기계로 만들고 화학유약을 발라 구워내는 천편일률적 항아리의 모습과는 완연히 다르다. 성분도보호작업장만이 갖는 커다란 장점이다.
 

 
▲ 성분도보호작업장 학생들이 황토소금 담을 항아리를 빚고 있다.
 


꿈에서 꿈을 꾸다

그저 도자기를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 인생을 걸만큼 큰 꿈이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보호작업장 장애인들은 항아리에 소금과 꿈을 함께 넣으며 행복해한다. 김한눌(루카·31) 씨는 조용하지만 꾸준히 한쪽에서 뚜껑을 빚고 있었다.

“즐겁고 좋아요. 내가 만든 것 팔리는 것이 기분이 좋아요. 힘든 점은 없어요.”

즐거운 일을 하는데 무엇이 힘들까. 그는 2003년 도예대학에서 4년 이상 공부한 후 보호작업장에서 항아리를 빚는다. 손재주가 좋아 작품쪽으로는 최고의 재능을 타고 났다고 했다.


 
▲ 황토소금을 담기 위해 말리고 있는 항아리.<



가톨릭신문  201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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