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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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의 날 기획] 조혈모세포 기증 어렵지 않아요!

자발적 기증 위한 제도적 뒷받침 절실/ 우리나라 공여등록률 저조… 거부율도 높아/ 골수혈·말초혈 중 공여자가 기증 방법 선택/ 골수혈은 재생력 뛰어난 조직 합병증 드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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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고민우 씨, 김희제 교수, 최광웅 씨.
 

9월 9일은 장기기증의 날이다. ‘9’라는 숫자가 ‘구하다’라는 뜻을 지닌 한자 ‘求(구)’자와 발음이 같기에,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한다’라는 의미를 담아 통용되고 있다.

장기기증은 주님께서 주신 내 자신을 완전히 나눠 새로운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그 무엇보다 존엄하지만 자기희생도 뒤따른다는 점에서 막상 결심하기란 쉽지 않다. 세상의 많은 편견과 잘못된 인식 역시 결심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조혈모세포 기증은 ‘골수 채취’라는 단어에서 오는 불안감과 합병증에 대한 미흡한 인식 때문에 더욱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인식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장기기증의 날을 앞두고, 이번 호에서는 살아있는 생명을 나눠 또 다른 생명을 구하는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그 방법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공여자(기증자) 최광웅 씨와 수혜자 고민우(야누아리오) 씨,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암병원 조혈모세포이식(BMT) 센터 김희제(베드로) 교수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의 대화내용을 소개한다.

▲ 이우현(기자, 이하 이): 먼저 공여자 최광웅 씨는 어떤 계기로 기증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 최광웅(공여자, 이하 최): 재작년 즈음 신청을 했는데, 잊고 지내오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올해 초 기증했습니다. 사실 조혈모세포 기증에는 원래 관심이 있었어요. 20대 초반부터 헌혈을 꾸준히 해왔는데 헌혈의 집에 가면 항상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한 문구가 있더군요. 예전에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무관심하게 지나치기만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헌혈 및 장기기증 운동 관련 일을 하고 계신 분을 통해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게 됐고, 정말 좋은 일이라는 생각에 결심이 섰습니다.

▲이: 기증을 결심하고, 막상 기증이 결정됐을 때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나 겁이 나진 않으셨는지요?

▲최: 예전부터 주변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들었고, 저 또한 통증에 대해서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다 기증을 하게 되면서, 두 가지 방법(골수조혈모세포 채취(이하 골수혈), 말초조혈모세포 채취(이하 말초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저는 말초혈로 기증했어요. 말초혈은 대부분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증 전 주사(과립구 집락촉진인자 피하주사)를 3~4일 정도 맞았는데, 감기 몸살 등 몸 상태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사실 저는 기증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부모님을 설득하기란 쉽지는 않았습니다.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입원하는 날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왔어요. 분위기도 익히고, 전문가 의사 선생님을 만나게 해드리기 위함이었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모님이 허락해주셨고 가벼운 마음으로 기증에 임할 수 있었어요.

▲ 김희제(의사, 이하 김): 고민우 씨도 말초혈로 기증을 받으셨지요? 2005년 즈음 받은 것으로 아는데, 그 당시는 말초혈이 거의 초창기였어요.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죠.

▲ 고민우(수혜자, 이하 고): 네. 책 등을 통해 골수혈과 말초혈 두 가지 방법의 다른 점을 알게 됐어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로 많이 찾아봤지요. 두 방법에 일장일단이 있더군요.

▲ 김: 2005년 즈음에는 타인 말초혈이 드물었어요. 그때는 합병증이 많이 발견됐었기 때문이지요. 가능하면 골수혈로 많이 의뢰를 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개선이 많이 이뤄졌고, 합병증이 일어나는 경우도 드뭅니다. 이에 따라 공여자들이 스스로 기증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아직도 전통적인 방식인 골수혈을 선호합니다. 혈액을 만드는 공장 자체를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가 크기 때문이지요. 채취한 골수는 짧게는 2주 최장 한 달 안에 다 회복됩니다. 골수는 재생력이 아주 뛰어난 조직이지요. 또 엄청나게 급등하게 됩니다.

▲ 이: 조혈모세포 기증에 단점도 있나요?

▲ 김: 조혈모세포 기증에 문제점은 보통 하루를 뽑아서는 적당한 양이 나오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어느 때는 사흘에서 닷새까지 뽑는 경우도 있는데, 타인이 다른 사람을 위해 그만큼 시간을 내기 어렵겠지요. 물론 하루 뽑은 양을 적절하지 않더라도 환자에게 줄 수 있지만, 회복은 할 수 있어도 회복기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환자는 그동안 무균실에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 속에 감염이나 합병증과 싸워야 하지요. 공여자분들이 환자들을 위해 시간을 좀 더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 환자들은 이식 전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등을 고용량으로 처방 받으면 6~10일 간 준비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때문에 중간에 거부의사를 밝히는 것은 환자들에게는 살인행위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몸 상태가 나쁜 환자들이 이러한 준비 작업을 견디기가 어렵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아울러 지금 우리나라는 타인 공여 등록률이 굉장히 저조합니다. 게다가 등록 이후 거부 확률도 상당히 높습니다. 서양의 경우 거부 확률이 20~30이지만 우리나라는 60~70나 됩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정도라고 할 때 공여 인구가 30만 정도면 적절하다고 보는데, 등록인구 중에서도 많은 수가 거부의사를 밝히기 때문에 100만 명 정도가 등록돼 있어야 안정적으로 이식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이: 고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이후 기증 등록률은 많이 늘었나요?

▲ 김: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이후 기증 등록률이 2~3배가 늘었지만 그만큼 거부 확률도 늘었다고 봅니다. 기증률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성덕 바우만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의 이야기가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이 기증 신청을 했었지요. 타인이식이 아주 초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기증 신청을 했어요. 지금까지도 그때 늘어난 것이 거의 전부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중 실제 기증을 하지 않을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이 문제도 걸립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계속 세대가 쇄신돼야 합니다. 조혈모세포를 공여할 수 있는 연령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니까요. 기증을 원하는 이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자발적 기증자들을 위한 사회적, 제도적 뒷받침이 갖춰지길 바랍니다.



가톨릭신문  201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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