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여 년 전 남편과 부모를 동시에 잃고 죽음 준비교육 전문강사가 된 김귀자(가운데)씨가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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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끝이 있다는 걸 알아야 지금 이 순간을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오늘 잘 살아야 내일 아침에 눈이 안 떠져도 괜찮죠."
4일 서울 방화3동성당 지하 강당. 죽음교육 전문강사 김귀자(체칠리아, 69, 대전교구 신합덕본당)씨가 노인대학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죽음준비 교육에 나섰다. 김씨가 사계절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며 "가을 낙엽이 아름답듯, 가을에 접어든 노년의 삶도 이처럼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하자, 어르신들이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준비 교육이라면 엄숙할 것 같지만 김씨 수업은 생명력이 넘친다. 한국메멘토모리협회(웰빙ㆍ웰다잉 교육전문기관) 회장,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 연구위원,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웰다잉 전문강사 등 세 개의 명함을 들고 다니는 김씨는 20년 가까이 죽음을 공부하고, 죽음준비 교육을 해온 베테랑 강사다. 그가 강조하는 말은 한결같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그러니 오늘 행복하게 살자."
김씨는 이대 법대를 졸업한 후 중학교 국어교사로 일하며 남들처럼 일상 속 행복을 누리며 살았다. 1989년 그의 나이 47살, 그는 두 달 반 간격으로 남편과 아버지, 어머니를 모두 잃었다. 남편은 암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슬픔을 쏟아놓을 새 없이 넋 나간 채로 장례를 치렀다. 그야말로 혼비백산이었다.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옆에서 숨 쉬던 남편과 부모님이 없는 거에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죽음이 뭐지, 죽음이 뭐길래….`"
그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가족들과 함께 벌인 사업을 정리했다. 죽어가는 인생 앞에서 돈은 부질없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우울증에 빠져 넋을 잃은 채 우물쭈물 살아갈 게 뻔했다. 그는 오랜 시간 하느님 뜻을 구하는 기도를 바쳤다.
그는 미국에서 열린 `죽음 연구가`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세미나에 참가하는 등 죽음과 관련된 강좌와 모임에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염습 봉사는 물론 호스피스 봉사도 했다. 한서대에서 노인복지학 석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가족을 잃은 아픔을 발판삼아 노인복지학 박사가 된 것이다.
"죽음은 제게 필요한 공부이자, 풀어야 할 숙제였습니다. 그런데 죽음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오늘을 평화롭게 잘 살기 위해 죽음준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는 "가톨릭교회에서부터 죽음준비 교육이 확산됐으면 좋겠다"며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한 마디를 전해주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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