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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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기획] 15년간 새 성전 봉헌 기다린 대전교구 태안본당 공동체

믿음이 있기에 기다림은 희망이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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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가운 계절입니다. 손발이 얼 정도의 시린 바람조차도 마음을 얼게 하지 못하는 것은 또다시 따뜻한 봄이 오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스라엘 백성도 고난 속에서 자신들을 구원하실 메시아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칠 것`(이사 9,1)을 굳게 믿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마침내 기쁨의 날이 올 것을 믿고 기도로 기다리는 이들이 우리 곁에도 있습니다. 2011년 대림시기,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며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림1]

1996년 성전 건립 준비… 2006년 드디어 완공했지만
봉헌 앞두고 기름유출 사고로 지역 절망에 빠져
고통 함께 나누며 빚 모두 갚아… 11월 27일 `잔치`


   "그렇게 기다려온 `그날`에 이 노래를 부르는 생각만 해도 벌써 눈물이 쏟아질 것 같네요."

 성전 봉헌 노래 `손에 손을 맞잡고`의 가사를 읽어내려가던 대전교구 태안본당(주임 최익선 신부) 신자 강민주(요안나, 56)씨 얼굴에 벅찬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느 본당, 어느 신자들이 새 성전 봉헌을 기뻐하지 않을까마는 태안본당 신자들 마음은 유난히 간절하다. 1996년 10월 낡고 좁은 성당을 새로 짓기로 결정한 이후, 길고 길었던 15년간의 기다림을 끝내게 됐기 때문이다.

 시내 한가운데,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성당은 태안 읍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다. 신자 40여 명으로 구성된 성전건립준비위원회가 디자인과 건축에 공을 배로 들였던 이유다. 예상 건축비는 50억 원. 대부분 물고기를 잡거나 관광객을 상대로 돈벌이를 해온 신자들에겐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건축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를 매주 열고, 지역 특산물을 내다 팔며 준비한 약간의 자금에 대출금을 보태 2004년에야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는 2년 만에 끝났다. 성당은 멋스러운 붉은 벽돌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고, 수목이 어우러져 작지만 아름다운 공원으로 꾸며진 성당 마당은 지역주민들도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신자들은 "이제 빚만 다 갚고 봉헌식을 열면 정말 `우리 성당`이 된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신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허리띠를 더 졸라맸다. 어르신들은 썰물 때가 되면 개펄에 나가 조개를 줍고 굴을 따서 번 일당 5만 원을 쪼개고 쪼개 성당에 냈다. 2007년 겨울, 푼푼이 낸 돈을 모아 40억 원을 갚았다. 마침내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12월 7일, 태안 기름유출사건이 일어났다. 검은 기름 1만 2547ℓ가 해안으로 끝도 없이 밀려왔다. 태안 사람들은 한순간에 바다라는 가장 큰 일자리를 뺏겼다. 지역엔 절망감이 가득했다. 신자들은 본당 빚을 갚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당장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성당을 찾는 발걸음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때, 희망의 씨앗이 외지에서 날아들었다. 매일 수천 명이 태안을 찾아 돌에 낀 까만 기름을 닦았다. 본당은 고생하는 봉사단원들에게 떡국을 끓여 대접했다. 그러고 나면 봉사자들은 꼭 `적지만 내 마음`이라며 봉투를 쥐어주고 떠났다. 어느 이름 모를 여성이 `아버지 뜻`이라며 떡국을 끓이던 신자에게 건네고 사라진 봉투에는 1000만 원 수표가 들어 있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은 성당 빚을 갚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전국 본당이 태안본당을 위해 보내온 성금이 피해 가정에 전해졌지만 많은 신자들은 이를 고스란히 본당에 봉헌했다. 이해선(시몬, 76)ㆍ권영오(안나, 68)씨 부부도 그 중 하나다. 성전건립 준비위원으로 누구보다 본당 사정을 잘 알았던 이씨는 "우리 본당이 빚 때문에도 힘들고, 그 많은 봉사자들 챙기느라고 고생하는데 이렇게라도 도와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한다.

 사고 직후 부임한 최익선 주임신부는 가가호호 방문으로 신자들 보듬기에 나섰다. 신자들은 최 신부가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었다. 때맞춰 시작한 소공동체 활동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됐다. 가까운 지역 주민 4~5명으로 구성된 소공동체는 서로 위로하며 아픔을 나눴다.

 빠르진 않았지만 성당은 차츰 북적이기 시작했고, 미사를 참례하는 신자들 얼굴도 서서히 밝아졌다. 함께 고생하고, 낯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은 순간들은 `말 못할 고통`을 `잊지 못할 감동`으로 바꿔 나갔다. 신자들은 그때 고초를 함께 겪은 것이 공동체로서 돈독한 소속감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11월, 본당은 마침내 모든 빚을 갚았다. 맑은 바다가 기름으로 물들었다 또다시 살아나는 동안, 부지런히 꽃게와 조개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빚을 다 갚은 것이다.



 
▲ 태안본당 신자들이 4년 전 기름을 닦았던 그 자리에 다시 섰다.
그날의 상처를 잊은 듯 바위에 자라난 굴에 웃음이 난다.
 
 
 성전 봉헌식은 기름유출사태 이후 동네에 처음 들리는 잔치 소식이다. 신자들은 들뜬 마음으로 기도를 바치고, 이날 봉헌할 성경 필사 준비에 한창이다.

  `까막눈` 할머니들은 본당이 특수제작(?)한 한글 따라쓰기 공책에 기도문을 적고 있다. 호미, 곡괭이만 잡아온 투박한 손으로 처음 연필을 잡고 꾹꾹 눌러쓰다 보니 종이가 다 찢어질 정도다. 침침한 눈에 돋보기를 대고, 손목이 시큰할 때까지 적어낸 공책을 본 최 신부의 소감은 한마디로 "기가 막힌겨!" 였다.

 태안성당이 지역사회에 `고난이 있어도 결국 사람 사는 곳에 생명과 희망이 있다`는 복음적 가치를 증명하는 상징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신자들의 희망이다. 최 신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쳤던 신자들이 새성전 봉헌을 통해 자부심과 긍지를 갖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다림의 끝인 성전 봉헌식은 대림 제1주일인 27일이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1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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