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0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위령성월 기획] 삶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면… 나의 유언장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죽을 때는 순서가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아이든 노인이든 모든 인간은 언제든 세상을 떠날 수 있고 그날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령성월을 맞아 세 명에게 "삶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유언장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유언장은 꼭 죽음을 앞두고 있어야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미리 유언장을 써 보면 지나온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볼 수 있고, 현재의 삶에 더욱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위령성월을 보내며 유언장을 써보는 건 어떨까.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내가 사랑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 맹상학 신부(대전교구 이주사목부 전담)
 
 
 바람처럼 홀연히 이 세상에 왔다가 구름처럼 하느님 품으로 흘러갑니다. `하느님은 정말 사랑이십니다`는 말씀처럼 천년을 하루같이 사시는 그분 속으로 홀로 걸어 들어갑니다.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마음 때문에` 두렵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믿고 섬기고 사랑했던 그분을 이제 곧 만날 수 있다는 `마음 덕분에` 설렙니다.

 사제는 `사랑에 빚진 자`라고 했죠. 하느님 사랑에 빚지고 부모님 사랑에 빚지고 세상 사람들 사랑에 빚만 진 한 사제가 사랑하는 어머니와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가슴속 깊이 묻어뒀던 글을 남깁니다.

 이 세상에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 마리아! 불교도였던 어머니! 자식들이 사제품을 받지 못할까봐 낯선 종교에, 낯선 기도문, 낯선 세례명을 십자가처럼 평생 걸머진 사랑 많은 나의 어머니! 천주교 신부 되면 마누라 없이 평생 혼자 살아갈 것이 걱정되셔서 뒤돌아 눈물을 훔치시던 호수 같은 우리 어머니!

 남편 요셉을 성요셉축일에 하늘로 먼저 보내시고 홀로 밤을 지새우셨던 어머니! 그래도 아버지 곁에 묏자리를 사놓으셨다고 죽어서도 남편 곁에 있을 수 있다고 마냥 소녀처럼 행복해 하셨던 우리 어머니! 평생 쌓아둔 중압감을 못 이겨 중풍까지 끌어안고 휠체어에 앉아 홀로 집에서 수도자처럼 수행생활을 하고 계신 어머니 마리아!

 어머니가 그렇게 바라던 지혜로운 며느리와 토끼 같은 손자ㆍ손녀를 품에 못 안겨드려서 미안합니다. 외로워하시는 어머니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간간이 드리는 용돈, 생활비로 스스로 아들 노릇 다했다고 자족했던 이 불효 자식을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어머니! 바람이 찹니다. 몸 건강하세요! 이제 둘째 아들, 둘째 신부(神父)는 먼저 떠납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마셔요! 언젠가 형님신부님이 아버지 장례미사 강론 때 이야기한 것처럼 어머니가 힘들 때마다 천사가 돼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 곁에 머무를 겁니다.

 어머니가 외로울 때면 어머니 꿈속에 나타날게요. 우리 아주 가끔씩 꿀같은 데이트를 해요! 어머니 덕분에 이 아름다운 세상 잘 쉬다 갑니다. 정말 정말 많이 사랑하고 먼저 가서 미안합니다. 엄니! 행복하세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영원히 주님 안에서….

 제가 평생 섬겼던 주님은 아무 것도 없이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제 사제관을 뒤져보면 남은 것이 많이 나올 겁니다. 하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 주십시오. 그리고 만약 교회가 허락한다면 화장해서 뿌려주십시오.

 사제품을 받고 첫 사순시기 때 장기기증을 서약했습니다. 쓸 수 있는 장기는 필요한 사람에게 주시고 각막은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선물해주십시오. 2명에게 각막을 선물 해줄 수 있다 해서 사제로 사는 동안 세상에 더러운 것보다 거룩한 것, 아름다운 것 많이 많이 보려고 노력했으니, 제 각막을 갖게 되는 사람은 여생 동안 사랑스럽고 행복한 것만 바라보길 원합니다.

 끝으로 행여 이 부족한 사제로 말미암아 상처 받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수행이 부족해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하고, 더 나누면서 살지 못하고, 더 용서하며 살지 못하고, 더 겸손하지 못하고, 더 사랑하며 살지 못해서 나와 관계를 맺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사람으로, 교회의 종으로 살게 해주셔서…. 사는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하늘나라 가서 하늘 아버지 만나면 청하고픈 한 가지가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하느님 사제로 살고 싶습니다." 2011년 11월


남아있는 이들에게



 
▲ 박순응(치프리아노, 37)
 
 
 이렇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토록 아쉬울 줄 진작 알았다면 사랑하다는 말을 아껴두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후회가 깊이 남습니다.

 내가 눈을 감아도 내 영혼은 계속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까요. 짧은 생애를 살면서 무한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오만하게 내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다른 이들을 배려하지 않으며 살아온 것이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나약한 인간으로 태어난 숙명으로 지인들과 이별을 앞둔 지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발을 들인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을 숨길 수 없네요.

 내 삶이 하느님 앞에서 낱낱



가톨릭평화신문  2011-11-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8. 30

탈출 15장 13절
당신께서 구원하신 백성을 자애로 인도하시고 당신 힘으로 그들을 당신의 거룩한 처소로 이끄셨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