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않은 임신, 그래도 생명은 살려야죠
아기 예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시기다. 아기를 임신한 산모들에겐 이 대림시기가 더 특별하게 다가올 듯 싶다. 모든 이들의 축복 속에 아기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지만 힘겨운 선택 속에 아기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바로 미혼모들이다. 대림시기를 맞아 누구보다 더 간절히 아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는 미혼모 쉼터 인천 자모원을 찾았다.
#1.
"저는 이 아이를 낳아서 키울 겁니다. 아이가 꿈틀거리기도 하고 제 배를 발로 차요. 살아 있어요. 살아 있는 아이라고요. 아버님."
확고하고 단호했다.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다. 아기를 낳기로 결심해 자모원에서 지내는 김 엘리사벳(20)씨는 느닷없이 자신을 찾아와 아이를 지우라고 말하는 남자친구 아버지 A씨에게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했다. 당장 낙태하라고 으름장을 놓던 A씨는 침착하고 확신에 찬 김씨 모습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하지만 A씨는 그 뒤에도 여러 번 김씨를 찾아와 뒷일은 다 수습해 줄테니 아이만 지우라고 했다. 그 때마다 김씨는 "낙태는 살인이고 하느님 뜻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출산일이 임박했을 때 A씨는 아들과 함께 나타났다. 아들은 그동안 미안했다며 김씨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생명을 지키겠다는 김씨의 한결같은 태도가 A씨를 감화시켰고 A씨가 아들을 설득시켜 데리고 온 것이다.
#2.
"내 딸 내놔. 내놓으라고! 내 딸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당신들이 무슨 상관이야!"
1층 로비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까지 대동하고 온 어머니 B씨가 딸을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소란를 피웠다. 2층에선 딸 이 마리아(18)양이 부른 배를 감싸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어떡해요, 선생님. 엄마 따라 집에 가면 아이를 지우게 되겠죠? 엄마 말대로 눈 딱 감고 아이 지우고 살까요? 사실 저 아직 마음을 못정했어요. 키울 자신도 없고 너무 힘들어요. 흑흑흑."
이양은 상담교사를 붙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상담교사는 생명을 선택한 결정이야말로 아기와 이양 모두에게 가장 큰 선물이라며 위로해줬다.
![]() ▲ 인천 자모원 미혼모들이 지난 가을 바닷가로 놀러가 그린 그림을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자모원에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미혼모들이 치유와 화해를 통해 아기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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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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