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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특집] 북한 포격 1주년 맞은 연평도본당 신자들의 성탄맞이

"올 성탄엔 돼지라도 한 마리 잡아 잔치 벌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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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본당 한 신자가 예수 성탄대축일에 오실 아기 예수를 기다리며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 있다.
 
 
   "신부님! 성탄절에는 역시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어야 분위기가 나는 것 같네요."
 "그렇죠? 지난해 성탄대축일에는 어린애 키보다도 작은 트리 하나 세워놓고 쓸쓸히 성탄 미사를 봉헌했는데, 올해는 성탄 분위기 제대로 내보자고요."
 예수 성탄 대축일을 보름 앞둔 11일. 1년 전 북한의 포격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인천교구 연평도성당에서도 곧 오실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는 성탄 준비로 분주하다. 몇몇 신자들은 산으로 구유를 만들 통나무를 하러 가고, 또 몇 사람은 성당 천장에 닿을 듯한 커다란 트리를 세웠다. 또 김태헌 주임신부는 트리를 장식할 전구와 금방울, 리본 등이 담긴 상자를 가져다 풀어놓았다.
 김 신부와 신자들은 장식품을 하나씩 들고 트리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성탄 성야미사 때 부를 성가를 연습하는 성가대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느새 신자들 마음도 성탄절에 오실 `임마누엘`에 대한 기다림으로 설렌다.


 
▲ 구유를 만들 통나무를 자르고 있는 남성 신자들.
 
 
 연평도본당 신자들에게 올해 성탄은 여느 해보다 각별하다. 지난해 북한의 포격을 피해 피란생활을 하느라 잃어버린 성탄절을 다시 찾았기 때문이다. 도망치듯 섬을 탈출한 신자들은 대림시기 동안 피란민 임시숙소인 찜질방 한 구석에 모여 미사를 봉헌했다. 성탄대축일 역시 대부분 신자들은 인근 성당에서 겨우 미사만 봉헌할 수 있었다.
 연평도 주민들 모두 찜질방에서 김포시 양곡면 임대아파트로 이주한 후, 혼자 섬으로 다시 돌아간 김태헌 신부는 섬에 남아 있던 일부 신자들, 해병대 장병 30여 명과 소박한 성탄 미사를 봉헌하고 컵라면을 끓여 쓸쓸한 성탄 파티를 대신했다. 매년 성탄 성야미사를 마치고 신자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성가를 불러주던 `새벽송`도 지난해에는 부르지 못했다.
 김 신부는 대림 제3주일 미사 강론에서 "지금 성당에서 매일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 지난해 찜질방에서 피란생활을 하던 때를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본당 신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그 고생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그토록 추운 날씨에 피란생활을 하며 성탄을 맞아야 했던 우리들 모습이 집도 없이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 올해는 다시 찾은 성탄절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돼지라도 한 마리 잡아 마을 잔치를 벌입시다."(김 신부)
 "신부님, 성탄미사 참례하러 오는 해병대 장병들 먹을 음식이랑, 새벽송 부르러 다닐 주일학교 아이들 간식도 넉넉히 준비해야겠지요?"


 
▲ 연평도본당 김태헌 주임신부와 사목위원들이 예수 성탄 대축일 전례와 성탄 잔치 준비에 관해 의논하고 있다.
 
 
 평화로운 연평도에 포성이 울린 지 벌써 1년. 삶의 터전을 잃고 육지로 피신했던 연평도 주민들은 당시의 공포와 상처를 딛고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주민들의 주요 생계수단인 꽃게잡이도 예년에 비해 활기를 띠고 있다.
 구세주 탄생 소식이 실어온 평화는 연평도본당에도 생동감 넘치던 예전 모습을 되찾아 주고 있었다. 본당 신자들 대부분 상처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길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포탄 충격으로 금이 간 성당 벽면은 말끔히 메워졌고 깨진 유리창은 다시 끼웠다. 또 파편을 맞아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부셔졌던 승합차 대신 새로 구입한 신형 승합차가 세워져 있었다. 파편에 머리와 다리를 크게 다쳐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연평도성당의 백구 `남식이`도 건강을 회복해 힘차게 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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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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