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동엽(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 신부의 「잊혀진 질문」이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작고하기 전 마지막으로 던진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등 24개 질문에 차 신부님이 명쾌하게 답했다.
나도 감명 깊게 읽었는데 우리는 누구나 같은 의문을 갖고 있고,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의 의미에 대해 숙고하며 산다. 이 고달픈 삶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또 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사실 우리는 이 질문들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문제는 알고 있고, 믿고 있는 답을 실현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 넘치는 욕망 때문에 그것을 믿고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영성`(靈性)의 문제다.

▲ 신자들이 12일 명동성당에서 안경렬 몬시뇰의 사순 특강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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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육체의 오묘한 합일체인 인간은 근본적으로 금력, 권력, 명예 등에 대한 욕망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 육신은 소멸하더라도 영혼은 남는 것이므로 나이가 들수록 욕망에 사로잡힌 영혼의 정화를 통해 완덕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降生)을 통해 완덕에 이르게 된다. 예수님은 최후 만찬 때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셔라`라고 하셨다. 빵과 포도주, 즉 예수님 살과 피를 받아먹음으로써 그리스도와 일체가 된 우리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신` 예수님을 세상에 증거해야 하는 소명이 있다. 예수님은 당신 말씀을 듣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선포하라`고 하셨다.
석가모니가 `네 안의 불성(佛性)을 깨달으라`고 했다면, 예수님은 우리 안의 하느님 모습을 깨달으라고 하신다. 참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입어야 한다. 예수님 살과 피를 먹은 우리가 예수님처럼 변화돼야 한다. 모든 신자들이 그리스도 자신이 되는 것이야말로 강생의 신비를 살아가는 것이다. 강생의 신비는 2000년 전 예수님 한 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살과 피를 나눈 우리를 통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거룩한 갈망」(로널드 롤하이저 지음)이라는 책을 보면 `하느님 몸을 취함으로써 모든 가정이 교회가 되고 모든 아이가 아기 예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제는 우리가 예수님 손과 발, 입이 돼 `강생의 신비`를 살아야 한다.
사순시기에 우리는 파스카 신비를 묵상한다. 파스카 신비란 어떤 형태로든 죽음을 겪은 후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영을 받는 것을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는 말씀과 같다. 파스카는 우리에게 이런 `죽음`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파스카 신비에 대한 묵상을 통해 우리는 죽음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생명에 적응한다.
사순시기를 지내는 우리는 이제 이와 같이 파스카적 죽음을 살아야 한다. 예수님은 간음한 여인을 단죄하지 않고 그 여인의 죄를 용서해 주시면서 새로운 삶을 열어주셨다. 예수님 때문에 그 여인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새롭게 태어나, 예수님 가르침대로 잘 살아야 한다.
정리=서영호 기자 amotu@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