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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인천교구 새터민지원센터 `햇빛 사랑방`에서 노래와 율동을 배우며 즐거워하는 북한이탈주민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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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도 부천에 사는 북한이탈주민 박율리아나(41)씨는 한국에 온 지 10년째다. 1997년 탈북해 중국에 정착했다가 2002년 북송돼 그해 말 재차 탈북해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고 있다. 정착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북한 말투다. 10년이 되도록 말투를 고치지 못한 데다 외래어도 배우지 못했고 문화적, 정서적 차이로 늘 힘겹다. 돈을 못 버니까 경제적 어려움도 가중된다. 입국하자마자 허리수술을 받았던 그는 이제야 허리가 좀 나아 수급자 지원 기금으로 네일아트와 메이크업을 배우며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
#2. 서울 수유1동 한우리 공동체. 현재 일반 가정집 2층 방 4칸에 작은형제회 수사 2명과 북녘에서 온 20대 청년 2명이 함께 살고 있다. 2009년 생겨 지금까지 40여 명이 거쳐간 이 공동체는 북한이탈여성에 비해 소외됐던 남성들을 돌봐온 북한이탈주민 생활공동체다. 수도자들은 20대부터 50,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남성들을 돌본다. 언어에 문화적 차이까지 겹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이곳에서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년을 머문다. 세례를 받은 이는 3명에 그치지만, 억지로 신앙생활을 권유하지 않고 한국에서 잘 적응하도록 돕는 데 주력한다.
#다가올 통일시대 복음화 경험 쌓는 기회
2년 넘게 이들을 보살펴온 심재현(바르나바) 책임 수사는 "마음은 급한데 적응은 기대와 달리 쉽지않아 충격도 크고 고민도 많고 상처도 많이 받는다"며 "통일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교회도 장기적 차원에서 북한이탈주민들 지원을 서두르고 사도직 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북한 선교에 투신하겠다는 성직자나 수도자, 평신도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다가올 통일시대에 대비한 시금석은 무엇일까?
당장 북한을 체감하고 미리 북녘 복음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바로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이탈주민은 닫힌 오늘의 북한 내부를 보여주는 창문 역할을 하고 있기에 이들과 교류를 나눔으로써 남북 간 이질화된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극복하며 훗날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훈련을 미래 해보는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한 해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는 2737명으로, 지금까지 국내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은 총 2만 3100명에 달한다. 1만 명 돌파가 2006년 말이니, 불과 4년 만에 또 다시 1만 명이 더 입국해 2만 명을 돌파한 셈이다.
연간 2500여 명이 중국과 제3국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고, 전국 각지로 흩어져 뿌리를 내린다. 이들의 거주 지역은 서울 29, 경기도 27, 인천 9로 서울ㆍ수도권에만 65가 몰려 있다. 이에 따라 서울ㆍ수원ㆍ인천교구의 북한이탈주민 사도직활동이 절실해지면서 북한이탈주민 지원센터나 공동체ㆍ쉼터ㆍ신자모임 등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울대교구 내에는 작은형제회ㆍ살레시오회ㆍ파티마 성모 프란치스코수녀회 등 남녀 수도회에서 공동체와 쉼터 10곳을 운영하면서 성공적 정착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임용환 신부)도 최근 서울 문정동에 59.5㎡(18평) 크기 빌라를 임대, 북한이탈주민 쉼터를 열고 북한이탈주민 출신 신자 활동가를 투입해 인근에 사는 이탈주민 가정을 돌보며 사도직 활동을 펴고 있다. 서울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이 가장 많이 정착하는 지역 가운데 한 곳인 서울 신월동 한빛종합사회복지관 새터민 정착지원센터도 2006년 4월에 문을 연 뒤 북한이탈주민 정착을 돕는 데 혼신을 다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정착 돕는데 혼신 다해
북한이탈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역시 정서적 어려움이 가장 크지만, 언어 문제나 문화적 차이, 소득 격차 등도 그에 못지 않다. 그래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전문 상담기관이나 지원센터ㆍ공동체ㆍ쉼터 등을 통해 삶을 부축하고, 나아가 이탈주민 대상 성경교육과 선교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통일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탈북 신자들과 함께 통일교리서도 편찬해 통일 이후를 대비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또 북한 내 선교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민족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교육ㆍ나눔을 전담하는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별도로 북한이탈주민들만을 사목할 전담기구를 두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선교가 가능한 북한이탈주민들을 먼저 복음화하고 이들을 북한 선교의 디딤돌로 양성하자는 취지에서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선 올해 사순시기에 △편견과 차별 없이 북한이탈주민들을 대하고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좋은 이웃`이 돼 주고 △본당 내 북한이탈주민부터 먼저 돌보기를 권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