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해의 작은 씨앗` 대북 나눔도 이제 18년째로 접어들며 지원 피로현상을 겪자 이를 극복하고 평화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황해북도 사리원시 소재 보육원을 방문해 한 어린이를 안아주는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은형(왼쪽에서 네 번째) 신부와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사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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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를 사랑으로, 분단을 일치로 1995년 북녘 큰물 피해사태로 봇물이 터진 교회의 민족화해 여정은 현 정부 들어 급제동이 걸렸다. 대북지원은 수시로 끊겼고, 종교 교류도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대북지원은 `원조 피로현상`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2000년 10억 5311만여 원으로 정점에 이르던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의 대북지원 실적도 지난해엔 밀가루 200t 지원에 액수도 1억 3164만여 원으로 8분의 1에 그쳤다. 현재 한국천주교회 대북지원 창구로 일원화된 (재)한국 카리타스 인터내셔널의 대북지원 액수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4년 8억 7290만 원에 비해 지난해 4억 6975만여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다른 나라 같으면 2~3년이면 끝날 긴급구호와 지원사업이 18년째 이어지면서 대북 지원사업은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농업ㆍ의료구호사업 등 개발지원으로 서서히 선회하던 대북 나눔은 최근 들어 식량지원사업으로 한정된 형편이고, 간혹 의료지원이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종교인 교류는 거의 없을뿐더러 설령 있다고 해도 대북 지원물자 배분상황 현지점검(모니터링)을 위한 방북뿐이다.
전쟁에서 갈등과 증오로, 선교 열망으로, 민족 화해와 일치로 이어져온 대북 관계에 다시 분단의 두터운 벽이 세워진 셈이다.
길을 잃었다면 민족 화해운동도 `첫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른 길일 터다. 그 첫 마음은 1995년 3월 1일 김수환 추기경이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를 발족하며 남긴 취지문에 담겨 있다.
"오늘의 교회는 민족공동체의 화해와 일치에 기여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교회는 화해와 일치의 성사인 까닭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참회하며 민족 구성원 모두에게 참회와 용서의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한다. 그리하여 민족 내부에 자리잡은 증오를 사랑으로, 불화를 화해로, 분단을 일치로 이끌어 나가려 한다."
#청소년 위한 `2012 평화의 바람` 기획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그래서 분단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분열과 갈등에서 화해와 일치로 나아가고자 최근 새로운 기획을 하고 있다. 통일시대를 살아갈 분단 3세, 이산 3세 청소년들을 위한 `2012 평화의 바람(Wind of Peace)` 프로젝트다. 우선 오는 7월 말 1주일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군사분계선(DMZ) 평화ㆍ생태ㆍ역사 체험교육을 갖는다. 분단의 상징 철책선을 끼고 걷는 평화 순례를 통해 평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장차는 북한이탈 청소년과 한국 청년들이 함께하는 평화교육을 기획, 분단세대들이 소박하게나마 화해와 일치, 통일을 이루는 계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서울 민족화해위원회 본부장 정세덕 신부는 "앞으로는 새로운 세대들과 `하느님의 평화`를 나눔으로써 민족화해운동 전반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려 한다"며 "평화라는 개념을 통해 젊은이들이 민족 현실을 직시하고 민족 화해와 일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서울 민족화해위원회는 따라서 남은 올해 사순시기만이라도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후원에 작은 정성이라도 함께하고 △교구별로 진행되는 민족화해 특강 및 교육에 적극 참여하며 △북한이탈주민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