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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고 예비신학생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안승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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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태 신부(동성고 예비신학생 담당)
안녕하세요. 성소주일을 맞아 여러분과 편지로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하느님의 다양한 부르심 중에 특별히 성직자나 봉헌생활자로의 부르심에 대해 기도드리고 생각해보는 날이 부활 제4주일에 맞이하는 성소주일이랍니다. 우리 마음 안에 담아주신 하느님 사랑의 선물이 사제나 수도자의 삶을 살고 싶은 마음으로 어떻게 이끌어주고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편지를 띄웁니다.
#군 복무 후 수능 다시 준비
저는 조금 늦은 나이인 스물한 살에 하느님 부르심을 느끼게 됐습니다. 수도회 성소모임에 나가다가 부모님께 제 뜻을 밝혔는데, 부모님은 두 가지 이유로 반대하셨습니다. 그 어려운 길을 나약한 제가 끝까지 걸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일반대학에 진학했으니 세상의 가치 기준에 맞는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기대가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강렬한 사랑은 저를 끊임없이 당신 품으로 부르셨습니다. 결국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수능시험을 다시 준비해 신학교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때문에 예비신학생으로 지낸 시간은 짧은 편이지만, 돌아보면 하느님 부르심은 오래 전에 시작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 사제성소의 싹은 아주 어릴 때 틔워진 것 같습니다. 저는 강원도 영월의 작은 시골 동네 공소에서 유아세례를 받으며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첫영성체를 받기위해 열심히 외웠던 아침ㆍ저녁기도와 묵주기도를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매일 바쳤기 때문입니다. 이 `습관`은 중ㆍ고등학생 때는 물론 대학생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늘 묵주를 손에 쥐고 기도를 바친 덕분에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미리내 성지에서 사다주신 향묵주는 묵주알이 부서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묵주를 볼 때면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동반해준 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예비신학생들은 대부분이 본당 복사단 출신이지요. 그 때문인지 많은 친구들이 신부님을 도와 제단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자연스럽게 사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저를 이끄셨던 하느님 방법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예비신학생들에게 내려와 사제성소를 굳건하게 만드시는 것은 아닐까요.
#김 추기경 삶이 아름다운 이유
시간이 지날수록 진정한 아름다움과 참된 가치를 추구하기보다 외면적 화려함에 이끌리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세상적 즐거움 또한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신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보여주셨듯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놓고 자유롭게 사랑하고 봉사하는 사제직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주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아닐까요? 김수환 추기경님과 이태석 신부님의 삶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소년 사무엘도 주님 부르심을 알아차리는 데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처럼 여러분도 하느님의 다양한 부르심 속에서 어떠한 부르심을 받고 있는지 깨닫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되는 길로 부르고 계시다면 그러한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충만한 은총과 축복으로 이끌어 주시고 도와주실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선물인 성소는 여러분 안에서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게 피어나 여러분 자신을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분을 통해서 전해질 하느님 사랑으로 인해 이 세상 또한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사랑의 길, 우리 함께 걸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