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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해''에 만나는 성가정] (8)동판교본당 하경봉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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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봉(가브리엘·51·제2대리구 동판교본당)·안성희(소화데레사·46) 부부는 수빈(스콜라스티카·20)·채현(로즈마리·19)·재원(다니엘·18) 세 자녀가 어릴 적 “아이들 공부에 욕심부리지 말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가도록 가르치자”고 마음을 모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란 자녀들에게 신앙은 매일의 ‘일상’ 같은 것이다. 그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모두 주일학교를 열심히 다니며 초등학생 때는 복사단으로 활동했다. 수빈·채현씨는 현재 주일학교 교리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한 10년 전쯤의 일화다. 안씨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자녀들을 태우고 저녁미사 참례를 위해 나선 길이었다. 시간이 좀 촉박한 상황이었는데, 길이 막혀 차가 꼼짝을 못 했다. 복사를 서야 하는 아이도 있어서 안씨는 애가 탔다. 그때 수빈양이 “야! 빨리 기도해” 하더니, 세 명 모두 성호를 긋고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 이후 신기하게도 도로 정체가 풀려 미사 시간에 늦지 않았다.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만, 아이들의 그 믿음과 기도가 ‘기특했다’고 기억한 안씨는 “지금도 딸들과 아들이 일상에 감사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기도하는 모습을 보는데, 어릴 적 바람대로 ‘하느님을 늘 의지하고 찾고 있구나’ 싶어서 뿌듯하다” 고 말했다.

부부는 “억지로 떠밀지도 않았는데 딸 아들이 신앙을 생활처럼 마땅한 것으로 잘 받아들이고 따라줘 고맙다”며 “신앙과 기도는 가족이 더 강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하나로 이어주는 끈”이라고 강조한다.

부부 역시 본당 활동과 봉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같이 성가대에서 활약하며 울뜨레야 부간사와 레지오마리애 단원, 청소년위원회 총무 등을 각각 맡고 있다.

하씨가 대학 졸업 후 1996년 경 스스로 성당을 찾아 영세한 반면 안씨는 외할머니, 친정어머니로부터 내려온 신실한 신앙 속에 엄격한 신앙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공부를 하지 않을 때보다 성당에 가지 않을 때 더 야단을 맞는 지경이었다. 그래서 부담도 컸지만, 돌이켜보면 어른이 될 때까지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물려준 신앙 때문이었다. 본당에서 봉사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자라며 ‘하느님께서 항상 가족을 지켜주신다’는 생각이 삶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이 가정 안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신앙생활은 이처럼 대를 이어 전수됐다. 몇 시간씩 걸어서 성당을 오갔던 안씨의 할머니와 저녁마다 초를 밝히고 기도하던 친정어머니의 신앙이 안씨를 거쳐 세 자녀에게 스며든 것이다.

“열심한 부모님 덕분에 어릴 때부터 주일에 성당에 가는 것은 기본이었고, 봉사도 마땅히 하는 것으로 여겼다”는 큰 딸 수빈씨는 “ ‘하느님’은 가족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기도해주고 위로해 주는 커다란 공감대가 되어주신다”며 “앞으로도 함께 기도하는 가족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듯, 부부와 자녀들이 각자 업무와 학업 때문에 함께 밥 먹는 시간조차 갖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가족 기도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이유다.

하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인터넷 성경 쓰기도 함께하고 같이 앉아 기도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지금은 나름 자신들이 처한 상황 안에서 그때그때 기도하도록 한다”며 “앞으로는 짧은 시간이라도 가족이 모였을 때 기도를 실천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기도하는 성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먼저 신앙의 표양을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부부는 강조했다. 하씨는 “믿음에 대한 부모의 확신, 또 이를 통해 하느님을 따르는 삶을 살 때 ‘성당에 가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녀들이 따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씨는 “자녀들과 가족의 신앙이 유지되는 것은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며 “하느님의 도우심과 더불어 신앙이 이어질 수 있도록 꾸준히 기도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부가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은 “하느님께 의지하고 기도하며 그분의 이끄심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또 “가족 모두 기도 안에서 삶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임을 느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가족들이 함께 도보 성지순례를 가고 싶다”고 말한 부부는 “성지에서 기도도 하고 하느님과 순교자들의 신앙을 바라보며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찾고 서로에 대한 사랑도 돈독하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성가정 축복장을 받게 돼 너무 감사합니다. 말씀을 항상 묵상하며 기도하는 가정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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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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