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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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천진암에서 받은 은총 /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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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과 헐레벌떡 언덕길을 올라 천진암성지 꼭대기에 있는 성모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미사 시간 5분 전이다. ‘후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토요일. 천진암에는 성당이 두 곳 있는데, 주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규모가 작은 광암성당에서 미사가 거행되기에 무심코 성당에 들어섰다가 성지 꼭대기에 있는 대성당에서 미사가 거행된다고 하여 부랴부랴 다시 차를 몰고 성모성당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집사람과 나는 토요일이면 종종 천진암으로 미사를 드리러 가곤 하는데. 사실 미사를 드리러 가는 것은 멋진 명분(?)이고 앵자봉 깊은 계곡의 단풍과 푸른 하늘이 엮어내는 한 폭의 수채화가 일주일간 찌들었던 육신을 위로해주는 데 충분하기에 집사람과 데이트를 즐기는 시간이라는 것이 좀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늦지 않았음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해설자가 ‘오늘 미사에 참석키로 한 두 단체가 교통 사정으로 아직 도착하지 못하고 있으니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안내를 하였다. 집사람을 보며 약간의 허탈감으로 피식 웃었다. 20분이 지나서야, 한 단체팀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성전 안은 매우 부산스러웠다.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미사가 시작되었는데 미사가 시작된 후에 또 다른 단체팀이 들어오며 상당 시간 부산스러운 상황이 또 지속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독서와 복음이 봉독 되는 중에도 지속해서 큰소리로 웅성거리며 소란스러워 미사에 집중하기 어려웠으나 신부님께서는 아무 일이 없으신 듯 무심히 미사를 계속 집전하고 계셨다. ‘늦게 왔으면 미안하게 생각하고 더 엄숙하게 미사를 드려야지…’, ‘신부님께서도 좀 주의를 주셔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봉헌 시간이 되었다. 봉헌을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 앉았는데, 늦게 도착해 뒤에 앉았던 신자들 모습이 보였다. 머리를 돌로 맞은 듯 했다. 끊임없이 혼잣말을 하고, 균형을 잡지 못해 계속 옆으로 비틀거려 보호자가 뒤에서 양어깨를 붙잡고 입장하는 등 장애가 심한 분들이 보호자와 함께 봉헌을 위해 제대로 나오고 있었다.

바로 전에까지 ‘미사예절을 지키지 않는 예의 없는 사람들’이라고 마음속으로 비난했던 사람들이 실은 ‘온갖 장애를 무릅쓰고 성지까지 오신 존경스러운 분들’이었던 것이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어느새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주님, 독선과 편견에 빠져 예순이 되었음에도 세상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저의 찌든 영혼을 용서하여 주소서. 옹졸한 바리사이가 되어 세상을 재단하고 있는 이 어리석은 자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주님, 오늘 저희를 천진암으로 인도하시어 그리스도의 향기가 가득한 미사에 참여하게 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가을 하늘이 유난히 푸르고 높았다.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에 나의 웃음소리를 더했다. “더 자주 데이트해야겠네”하며 집사람에게 실없는 미소를 보냈다.
김진홍 베드로
제2대리구 초월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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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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