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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하느님 감사합니다 / 이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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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가 되기 전, 어쩌다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엄마 자장가 소리를 듣는 듯 지그시 눈이 감기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아~~ 저곳은 어떤 사람들이 다니는 곳일까?’
막연한 동경과 부러운 마음이 가득했었다. 가족 모두가 토속 신앙을 가지고 있어서 종교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는 전혀 없었기에….

사회생활을 하다 남편을 만나 혼담이 오가던 중 시어머님은 결혼 조건을 ‘성당에 다니는 것’으로 못 박으셨다. 난 그 조건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결혼하고 남편과 교리를 받고 일 년 후 백일된 딸과 함께 세례를 받으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기분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무척 고달팠다. 낮에는 가구점을 경영하는 남편 가게에서 일해야 했고, 밤에는 밤낮이 바뀐 어린 딸아이 보챔으로 늘 잠이 부족했다. 주일은 지켜야겠고,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었다.

가끔 남편 마태오는 “피곤하면 좀 쉬자”고 할 때도 있었다. 나는 “힘들고 어렵게 성가정을 이루었는데 이 정도에 하느님을 멀리하면 마음이 불편해서 싫다”며 “우리 잘 견디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자”며 다독였다. 남편도 그런 나의 의견에 잘 따라와 주었다. 바쁠 때는 새벽 미사에 참례하며 주일을 지켰다.

그러던 중 주보에서 성령 세미나 8주간 교육 공지를 봤다. 망설임 없이 신청을 하고는 남편한테 양해를 구하니 “열심히 해보라”고 했다. 난 고맙고 기뻤다. 세미나에 열심히 다니던 어느 날이었다. 남편은 가구를 설치하러 갔다가 늦었고, 나 역시 세미나가 밤 10시경에 끝나 늦게 귀가했더니 남편이 밖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쇠가 없는데 아이들이 잠들어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도 열쇠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순간 괜히 죄인이 된 기분으로 남편 눈치만 살피게 됐다.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차에 가서 사다리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베란다에 걸쳐 놓고 집까지 올라갔다. 다행히 베란다 문이 열려있어서 현관문을 열 수 있었다.

들어서는 순간 커튼이 날리면서 거실 바닥이 시커멓게 변한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불에 그을려서 장판이 시커멓게 된 것이었다. 큰아이를 깨워 물어보니 동생이 불장난하다가 그랬는데 엄마한테 혼날까 봐 커튼으로 가려놓았단다. 오! 하느님 맙소사!!

난 아이를 꼭 안아주며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불이라도 났으면 어찌 됐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어린 나이에 동생을 생각하는 큰 딸아이가 기특하기도 하면서 함께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 ‘얼마나 두려웠을까’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한없이 미안했다.
이 사건 이후로 남편과 나는 더 열심히 성당에 다니며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는 신앙생활을 다져나갔다.
이미용 베냐민
제1대리구 대천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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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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