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작가 무라세 다케시가 지은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기차 사고로 많은 이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돕니다. 사고가 난 그 열차가 유령 열차가 되어 사고가 난 선로를 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역으로 가면 잠시 정차하는 그 유령 열차를 만날 수 있는데, 그때 그 열차에 올라타면 사고로 사망한 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본당 신부로 지내다 보면 다른 이들의 죽음을 맞이하고 그들을 하느님 품으로 보내드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신자들 장례미사가 그때입니다. 그 시간은 하느님을 믿는 이들로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하느님께 보내드리며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로하는 시간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장례 기간 동안 교회가 돌아가신 분을 보내드리는 순간들이 돌아가신 분의 가족들과 함께 이 열차에 올라탄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신자를 위해 다른 신자들과 함께 그분 빈소를 방문하고 연도를 하는 것, 유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장례미사까지 하는 그 순간들은 유가족들과 함께 열차에 올라 그분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당 신자가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빈소에 갑니다. 누구에게나 분명 ‘죽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죽음을 맞이한 이를 하느님께 돌려보내야 하는 가족의 슬픔 역시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더라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가면 때로는 그냥 그냥 자리를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그 기차역으로 가서 열차에 올라타 죽은 이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죽은 이들과 하지 못했던, 하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서로가 가진 진심을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례 기간에도 같은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람들은 돌아가신 분과 마음속에 쌓아두고 하지 못했던 말을 합니다. 연도를 바치면서, 영정 사진을 보면서, 남아있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돌아가신 분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는 시간인 ‘입관 예절’을 하면서 가족들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고인에게 하는 것입니다.
소설 속에서 함께 열차에 올라 죽은 이들을 만난 사람들은 그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일상의 시간 속으로 돌아옵니다. 교회도 장례미사를 봉헌하며 세상을 떠난 분과 그렇게 작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하느님이 계시다. 그리고 돌아가신 분은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고 언젠가 우리들은 다시 만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믿는다”라는 우리가 가진 신앙을 고백하며, 돌아가신 분을 하느님 품으로 돌려보내 드립니다. 함께 열차에 올랐던 이들은 다시금 용기를 내어 세상 속에서 살아갑니다. 우리들도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와 세상을 살아갑니다. 물론 우리들은 소설 속 인물들보다 더 많은 용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정희성 베드로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