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집 떠나 두려워 마오. 구름 불기둥만 믿고 따라가오.” 수원가톨릭대학교 갓등 중창단에서 만든 아홉 번째 노래 앨범 중 ‘사랑하는 그대에게’라는 곡 가사의 한 부분입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나오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가사이기도 합니다. 이 노랫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주교님으로부터 서품받으며 새로이 교회 성직자가 되는 후배들을 바라보며 생각하게 됩니다.
몇 년 전 교구의 성소국에서 일하며 신학생 양성과 관련된 직무를 처음으로 맡았습니다. 사제가 되기를 희망하는 예비 신학생들과 신학교에서 살아가는 신학생들을 직접 만나게 되었고, 이들의 성소와 양성에 관련된 일들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아가다 다른 소임을 맡게 되었고, 이들에 대한 생각을 놓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학교로 부임하면서 다시 이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제는 아예 생활을 같이 하게 됐습니다.
당연히 신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이 신학생들도 세상 속에서 오늘의 시간을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다를 바 하나 없는 이들입니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열정, 고민, 두려움 등을 함께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젊은이들처럼 많은 고민 속에서 힘들어하고,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답을 찾으려 하고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신학교에서 살아가면서 이들을 만나고 이들 모습을 직접 보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못자리에서 생활하는 신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때로는 이들의 열정이 부럽고, 때로는 이들의 두려움과 좌절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한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치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평생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신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더욱이 젊은 나이에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이곳 못자리에 들어와 적지 않은 시간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쉽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살아가면서 신학생들은 다가오는 수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헤쳐 나갑니다. 그러면서 교회 봉사자로 살아갈 준비를 합니다. 그 시간이 사제로 살아가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지만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모든 양성 동반자가 그렇듯이, 함께 살아가는 이 신학생들이 언제나 지금 열정이 꺾이지 않고 무사히 고민을 풀어내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주교님께서 서품식장에서 새로운 수품 후보자들에게 언제나 주시는 가르침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읽는 것을 믿고, 믿는 것을 가르치며, 가르치는 것을 실천하십시오”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가기로 마음을 정한 수품자들의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며, 처음 노래의 가사처럼, 이들의 앞길에 하느님께서 보여 주시는 불기둥이 선명하기를 기도합니다.
정희성 베드로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