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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풍수원성당 앞마당에서 / 오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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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성모회 회원들과 함께 갔던 아름다운 풍수원성당 순례길은 내가 평생 봉사를 통해 신앙의 못자리에 씨를 뿌리게 되는 모험의 시작이었다. 이날 성지 미사에 참례한 후 맛있는 점심을 먹고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우리는 나무 그늘에 앉았다. 성가도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행하신 마르셀 수녀님께서 봉사 활동을 권하셨다.

“어르신들을 위한 공동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운을 떼신 수녀님은 “교회 안에서 신앙의 전수자로 존경받고 가치를 인정받으셔야 할 어르신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소통의 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그 일을 맡아줄 수 있겠냐”고 하셨다.

마치 “사랑할 수 있을까요?”라고 들리는 말에 ‘무지하면 용감하다’는 이야기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네”라고 답했다. 덜컥 대답은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려니 걱정스러운 문제가 생겼다. 본당 신부님 배려와 관심으로 예산 책정은 쉽게 이루어졌으나 봉사자 찾기가 어려운 점이었다. 기존 ‘안나회’라는 어르신 모임은 물품 판매가 주된 사업으로 소수 자매님이 활동하고 있어서 수녀님께서 말씀하신 작은 노인대학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본적으로 성경 공부와 즐거운 여가 생활에 도움을 주고 맛있는 점심을 제공하는, 작지만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를 목표로 삼았다.

“자매님!~~우리 함께 기도해요. 자매님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분께서 함께하실 것입니다.” 고민하던 중 많은 분들의 기도와 지구 반장님들 협조로 믿지 못할 만큼 훌륭한 교사들이 10명이나 함께하겠다고 나섰다. 또 60여 명의 안나회 어르신들이 가입하시게 됐다. 이때부터 어르신들의 맛있는 점심 식사를 위해 교사들 차에 나눠 모시고 맛집 순례를 하고 성지 순례와 유익한 프로그램을 나눴다. 그 모든 것 안에서 어르신들이 신앙으로 기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 시기를 거쳐 안나회는 2009년 1년간의 노인대학 설립 준비를 통해 2010년 4월 노인대학으로 거듭났다. 처음 함께했던 학생들과 교사 일부는 20여 년의 시간을 넘긴 지금까지 묵묵히 기도하며 당신이 가르쳐주신 사랑에 응답하고 있다.

처음 봉사 활동으로 이끄셨던 마르셀 수녀님은 이제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묘역에 잠들어 계신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롭고 고통받는 신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귀 기울여 주시고 목숨까지도 살리신 분이다.

“수녀님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손수 지어낸 밥과 소박한 반찬 특히 케첩 두부조림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아픔 없는 나라에서 쉬시라고 주님께서 불러가셨음을 축복이라고 여기겠습니다. 주님! 마르셀 수녀님께 영원한 평화의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오현주 카리타스
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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