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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 이야기] 미리내본당 125년사 이정진 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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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제가 우리 본당의 125년 역사를 정리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저의 작은 재능을 봉헌할 수 있도록 주님께서 기회를 주시고 길을 열어주신 덕분입니다.”

「미리내본당 125년사」 편찬위원장 이정진(알렉시오·67)씨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본당사 편찬의 대장정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지난 2021년 주임 지철현(대건안드레아) 신부가 본당 설정 125주년 기념사업으로 본당사 편찬을 제안, 대학에서 문학교수를 지낸 이 위원장에게 편찬위원장을 맡겼다.
“신자 수가 너무 적어서 본당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을 품고 살고 있었어요.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잊히기 마련인데, 본당 역사가 제대로 기록돼 있지 않아 늘 마음 쓰였지요. 평생 글과 가까이하고 살았으니 해보자 싶었습니다.”

험난한 여정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당사를 만든 적이 없어 자료가 전무했다. 이 위원장은 연구 논문과 교회사 자료를 샅샅이 살피고 125년 세월의 조각들을 모아갔다. 구십이 넘은 교우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증언도 들었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꺼낸 증언들은 때로 엇갈리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사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고되기도 했지만, 더 늦기 전에 생생한 증언을 듣게 돼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년간 밤낮으로 편찬사 집필에 몰두했다. 집필하는 동안 성지 167곳을 순례하며 믿음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글을 써나갈 힘을 얻었다. 그는 하느님께 “발길을 이끌어 달라”고 기도했다. 기도 덕분일까. 신자들이 낡은 서랍 속에 들어 있던 오래된 사진들을 쏟아내며 자료가 쌓여갔다. 신자 5명으로 꾸린 편찬위원회의 헌신, 본당 신자들의 도움과 기도로 엮은 책은 수원교회사연구소의 감수를 받고 세상에 나왔다.

편찬을 마친 이 위원장의 마음에 남은 건 ‘신앙선조들의 신앙과 열정’이다. 미리내 교우촌에서 공소로 또 본당으로 승격되기까지 신자들은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공동체를 일궈갔다. 1846년 순교한 김대건 신부 유해를 모시며 신자들은 자부심을 갖고 더 열성적으로 신앙생활을 했다. 지금 성당은 본당에서 33년 동안 사목한 강도영(마르코) 신부와 신자들이 한겨울 칼바람을 뚫고 돌을 하나하나 주워 나르고 쌓으며 고통과 인내로 건립했다. 그 열정과 헌신을 기억하며 지금까지 본당을 지켜온 신자들의 여정을 기록한 과정은 이 위원장에게 큰 은총으로 남았다.

“책이 나오고 성당 외벽을 쓰다듬으니 신앙선조들의 호흡과 기도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그 소리를 마음으로 들으며 신앙에 대한 마음가짐이 새로워졌습니다. 신자분들도 우리 본당에 한 번씩 와보시면 좋겠습니다. 신앙의 열정을 새롭게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그게 또 우리를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고요.”

염지유 기자 gu@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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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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