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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다시 동생을 만나다 / 이용수 십자가의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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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4장에 보면,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가 나온다. 카인과 아벨이 하느님께 제물을 바치는데 카인의 것은 받지 않고, 아벨의 제물만 받아 카인이 화가 나서 동생을 살해하는 내용이다. 카인의 분노가 결국 동생 아벨을 죽음에까지 몰아넣는 과정을 창세기의 저자는 그려나간다.

2년 전쯤에, 나는 이 장면에 대해 묵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분노하는 카인에게 질문하시는 하느님과 카인의 답변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 하느님께서는 카인에게 이렇게 물으신다. “너는 어찌하여 화를 내고, 어찌하여 얼굴을 땅에 떨어뜨리느냐? 너는 그 죄악을 잘 다스려야 하지 않겠느냐?”

카인은 문제의 원인을 하느님께 돌리려 하고,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자, 아벨에게 자신의 분노를 폭발시킨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 원인이 카인에게 있음을 말씀하신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동생을 죽인 카인에게 이렇게 물으신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그러자 카인이 대답한다.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이 구절들을 묵상하며, 나는 하나밖에 없는 2살 터울의 남동생이 계속 생각났다. 하느님께서는 카인에게 아우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시는데, 나의 답변은 카인과 비슷해 보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잘 있겠지요.”

나 또한 동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부족했다. 부모님은 기도의 대상이었지만, 동생을 위해 기도한 적도 별로 없었다. 카인처럼 나도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인식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일주일 동안 이 장면을 묵상하며 동생을 만나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게 2년 전의 일이다. 동생을 만나고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동생은 뜻밖에도 이런 말을 했다. “빚이 조금 있는데,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어. 잘 때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느냐는 생각도 들었어. 매일 밤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동생의 이야기를 듣는데, 힘들어하는 동생의 상황도 알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 말을 듣는 동안 눈물이 핑 돌았다.

동생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동생에게 실제적인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그 이후 2년 동안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은 매주 한 번씩 동생을 만나고 있다.

창세기 4장을 묵상하며, 부모님께 제일 사랑받아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동생이라는 것을 처음 느끼게 되었다. 그전에는 동생의 소중함을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 시간을 계기로 동생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형이 동생을 잘 챙겨주고, 돌봐주는 것이 부모의 바람이다. 가장 약한 이들을 먼저 돌봐주는 것이 하느님의 마음이요, 또 부모의 사랑이다.

이용수 십자가의 요한 신부
병원사목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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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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