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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위해 죽을 것인가? / 이용수 십자가의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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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오늘이 여러분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시간이 너무 짧다면, 일주일이나 한 달, 또는 6개월이 남았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작년 연말에 제가 아는 분들에게 전화를 드려 이 질문을 드렸습니다. 제일 먼저 저희 어머니께 질문을 드렸지요. “어머니, 오늘이 마지막 날이면 무엇을 하실 거예요?” 그러자 어머니는 “무슨 그런 질문을 하냐”고 난색을 보이셨습니다. 그래도 계속 물어보니, “지금 위령 성월이라 묘지에 가서 기도하고 싶다”시며,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어서 동기 중 두 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해외 선교 중인 동기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그 동기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먼저 지금까지 잘못한 일들을 돌아보며 고해성사를 드리고, 성체조배를 하며 하느님 곁으로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본당 신부를 하는 동기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동기의 답변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였습니다. 제 은사 신부님께도 물어봤습니다. 그분의 답변은 “지금처럼”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산책하고, 기도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죽는다고 당신의 삶이 달라질 것은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목사님 한 분에게도 물어봤습니다. 제 질문에 그분은 “예배를 정성껏 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안토니 블룸 대주교님이 쓰신 「기도의 체험」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 주교님과의 인터뷰가 나옵니다. 인터뷰의 내용 중 아버지께 배운 삶의 지침이 되는 기억을 이렇게 소개하십니다.

젊은 시절 저자는 어느 휴일에 피치 못할 일로 연락 없이 외박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버지는 아들에게 “네 걱정을 많이 했단다”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러자 블룸은 다소 퉁명스럽게 “교통사고라도 난 줄 아셨습니까?”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 것쯤이야 괜찮다. 난 혹시 네가 너의 결백을 잃지 않았나 걱정한 것이란다.”

그리고 한 번은 “네가 살든지 죽든지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네가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이 말씀은 죽음을 넘어서는 삶의 이유와 의미를 묵상하게 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무엇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때로는 별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제게도 스스로 묻게 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무엇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답변은 무엇인가요?
이용수 십자가의 요한 신부
병원사목위원회 부위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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