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서로 배려하고 연대하며 공동체 안에서 위로 받는 경험을 하면서 사회에서도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연대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깨닫게 해주고 싶습니다.”
꽃피는 5월은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하지만, 꽃보다 귀한 제자들이 찾아오는 5월은 교단에 선 선생님에겐 가장 설레는 날이다. 안법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정진호(마티아·59·제1대리구 비전동본당)씨에게도 제자들이 찾아오는 스승의 날은 기쁜 날이다. 정씨는 “학교에서는 말썽을 부리기도 했지만, 그 아이들이 잘 성장해서 사회에서 각자의 몫을 다 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교사로서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가르치는 일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 뿐 아니라, 공부하며 지치고 상처받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정씨는 33년째 교사로 학생들을 만나왔다. 정씨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난해까지도 고3 담임을 맡을 정도로 학생들 곁에 머물고자 노력해왔다. 또 인성교육을 주도적으로 담당하는 건학인성부를 오래 맡으면서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노력해왔다. 교사로서의 일이었지만, 동시에 신앙인으로서의 일이기도 했다.
정씨는 “용기를 내라는 제 이야기에 눈빛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서 이 학생에게 용기를 주셨구나’하고 느낄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정씨는 “예수님이 우리에게 용기와 힘을 주시는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눈빛, 상냥한 표정, 여유 있는 기다림 등 작은 실천을 통해서인 것 같다” 말했다.
정씨는 학생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가치로 ‘배려와 연대’를 꼽았다. 사회과 교사로서 세계시민교육 차원에서도 중요한 가치지만, 무엇보다 정씨가 신앙인으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랑 실천을 ‘배려·연대’를 통해 모든 학생들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정씨는 “아이들이 학교를 나가서도 좀 더 나누고, 사랑을 실천했으면 한다”면서 “학교에서도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단체를 알리거나 모금·기부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30년이 넘는 교단생활을 통해 정씨가 제자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과 미안함이다. 자신을 따라준, 그리고 훌륭하게 성장해준 제자들이 고맙고, 또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정씨는 “돌아보면 더 잘 챙기지 못했던 아이들이, 잘 못해준 아이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면서 “제겐 33년 중 몇 번일 수 있지만, 그 아이에게는 한 번뿐인 일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늘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33년을 교사로 일하면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그 고비를 넘겼습니다. 앞으로도 예수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닮으며 몸과 마음과 영혼이 건강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