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온 분이라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는 말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은 무료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소속의 존 번 교수님이 오신 적이 있습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에너지 기후정책의 석학이신 교수님께 특강을 들었는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기술의 발달 덕분에 드론을 이용해 아주 정확하고 자세하게 도시의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건물의 높이는 얼마인지, 건물의 폭은 얼마인지, 햇빛이 안 드는 곳은 어디인지 드론을 통해 모두 조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조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태양에너지 발전이 가능한 건물 면적을 계산하게 됩니다.
존 번 교수님의 조사팀은 한국에 오셔서 서울의 건물을 분석하셨습니다. 그리고 분석 결과 태양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지요. 태양열을 설치할 수 없는 오래된 지붕을 제외하고 태양과 방향이 맞지 않는 지붕도 제외하고 그늘진 곳도 제외하고 나면, 도시 내 지붕 표면적의 30가 남게 됩니다.
그리고 이 30의 지역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면, 서울에도 일정 부분 친환경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여름철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3시까지의 생산량만으로 서울 전체에 전기를 공급하기에 충분하고 다른 지역으로도 보낼 수 있는 양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뒷받침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 정책의 보조입니다. 우리가 다른 발전소를 지을 때를 떠올려봅시다. 내가 사용하는 건물에 전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건물마다 추가로 비용을 내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재생에너지 비용을 개인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며, 공동체 기반의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교수님의 최종 주장입니다.
다행히 오늘날 태양광 발전은 지속적인 관심과 기술 발달로 조건만 맞는다면 안정적으로 전기를 제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체 에너지 수단으로 자리 잡은 상태입니다. 특히 점점 전기요금이 높아짐에 따라 가정에서도 설치할 수 있는 소형 태양광 발전패널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전력 생산을 태양광이나 풍력을 통해서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전력 생산이 어디서 생산되어 어디로 오는지를 떠올리면서, 그 부담을 함께 나누는 것이야말로 기후 정의에 함께하는 발걸음이겠지요.
임채룡 베다 신부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