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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비비안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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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야, 요즘 어떻게 지내?”
여동생 비비안나와 애들 키우는 이야기로 한참을 통화한다. 우리는 둘 다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이다.
여동생은 결혼한지 이제 1년 조금 넘은 신혼이지만 사춘기 아들을 둘이나 키우고 있다. 나 또한 그녀의 결혼과 동시에 장성한 조카가 한 번에 둘이나 생겼다.

그녀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들 둘을 둔 제부와 결혼했다. 애지중지 키운 막내딸 시집보내는 일만 남았던 엄마는 여동생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몸져 누우셨다. 드라마에서나 볼 것 같은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생긴 것이다.

“하느님! 왜 하필 이혼한 사람인가요? 게다가 사춘기 아들까지…. 당신께서 비비안나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가요?”
이제 막 세례 받고 좋은 짝이 생기기를 기도했는데…. 나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1년간의 설득과 기다림 끝에 부모님은 막내딸의 선택을 마지못해 받아들이셨고 동생은 가족과 친지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저 철없는 막냇동생으로 여겼던 그녀가 대단해 보인다. 동생은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하며 자신의 가정을 잘 꾸려가고 있다. 제부 또한 이런 동생을 아끼고 존중한다. 제부도 아이들도 많이 밝아졌다.

새로운 가정공동체를 이루고 그녀로 인해 그 안에서 회복이 일어나고 사랑이 나눠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한 가정의 회복과 사랑. 하느님께서 그녀를 바라보시고 얼마나 기뻐하실까.
제부가 가진 외적 조건만 보고 동생의 결혼을 반대했던 나를 돌아본다. 있는 그대로, 상대의 고유함을 보려 하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했던 나의 태도가 얼마나 교만했는지….

사람이 가진 조건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비비안나의 삶을 통해 겸손함과 사랑을 배운다. 동생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언제나 우리를 사랑으로 이끌고 계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비비안나의 가정에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비비안나, 너의 삶을 응원해!”
임경아 가브리엘라
제1대리구 흥덕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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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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