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 전환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에너지 절약에 관한 부분입니다. 덴마크, 영국, 독일과 같이 에너지 전환을 가장 잘 이끌면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줄인 나라들의 공통점은 바로 에너지 절약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입니다.
이에 에너지 절약에 관해 이야기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동굴로 들어가 살아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동굴로 들어가서 살지는 못하겠지만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선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말을 절반만큼의 에너지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생각해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전기요금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습니다. 독일이나 일본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우리의 2배를 훨씬 웃돌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우리의 1.5배 이상으로 전기요금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같은 나라는 전기 사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24시간 단위로 전기요금이 책정됩니다. 그 결과 전기 수요가 많으면 전기요금이 비싸져 자연스럽게 전기 소모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전기요금에 대한 두려움을 원료로 삼아 이런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만듭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변두리에 커다란 발전소를 지어 소수의 약자에게 고통을 주고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리게 하는 정책을 고수해왔습니다. 자기가 쓰는 에너지를 자기가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편안함이 거저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특별히 많은 경제학자들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 온실가스를 줄이며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경제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현재 경제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키고 안정을 누리는 나라들은 에너지와 온실가스를 많이 줄인 나라들입니다.
독일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40 줄였는데 경제는 1992년에서 2015년 사이에 84 성장하여 일자리 50만 개를 만들었습니다. 영국도 1990년 대비 42를 감량했는데, 2015년 현재 67의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일자리 23만 개를 창출했습니다. 덴마크도 1990년 대비 35를 감량시켰고, 51의 경제성장, 2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그 자체로 경제성장이 이뤄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그런 정신이 경제를 살리는 바탕이 되었겠지요. 지금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가 가장 값싼 에너지로 등장하고 있고, 에너지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기존의 에너지 사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경제성장과 탄소중립은 반비례한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할 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쳐놓았던 어둠을 걷어내고 정의로운 기후변화로 한 발짝 더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임채룡 베다 신부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