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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고유하게 역사하시는 하느님 / 박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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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그리 많이 아팠던 내 딸아이는 12월생이 이유였는지, 또래 아이들보다 더 조그맣고 발달이 늦었으며, 항상 1년이 늦고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글도 떼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의 공개 수업날이 왔다. 나의 학교 일로 바빠서 알림장 하나 제대로 읽지 못했던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직장의 모든 일정을 조정하고 가족 모두에게 알려 주변에 있는 대가족이 총출동했다.

드디어 수업 시간이 됐다. 공개 수업은 단 한 교시, 처음부터 너무 설레어 교실에 있는 꼬물꼬물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담임선생님, 그 속에 있는 내 딸아이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지켜봤다.

헉…! 아이는 수업 시간 내내 고개를 숙이고, 심지어 연필의 앞부분 연필심을 깨물며 빨고 있었다. 활기찬 수업과 대조적으로 딸아이는 수업을 이해하지 못했고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수업의 마무리. “아직 한 번도 발표해보지 않은 사람~?”하고 선생님께서 물을 때마저도, 발표를 한 번도 하고 있지 않은 딸은 고개를 숙인 채 연필심을 빨고 있었다. 후우…. 응원하러 갔던 우리 모두는 가슴을 아파하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자식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잘 적응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람일 것이다. 그날 아이의 아빠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많은 것을 바라지 말자, 아이가 죽을 뻔했던 그 지난 날들을 생각해보자. 살아있는 것만으로 은혜이며, 은총이고 감사야.”

지난주 글에 담았듯이, 아플 때 살아있게만 해주시면 된다고 간절히 빌고 빌었는데, 욕심을 부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생명을 주관하고 계신 하느님께 감사하자.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삶 속에서 부단히 노력하며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내고 있는 딸아이에게 감사하고 존중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후, 하느님과 주변의 조용한 도움 속에서, 아이는 조용히 스스로 알림장을 챙기고 스스로 숙제를 챙겼으며, 혼자 책을 읽으며 아름답게 성장을 해나갔다.

이제 고1이 된 딸, 내가 고등학교에 있어서인지 자꾸 욕심을 부리고 중요한 것을 잊으려 한다. 간혹 아이에게 나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해 마음이 앞서게 될 때, 이렇게 그냥 존재만으로도 신비이며 하느님의 영광인 이 아이에게 감사하며 모든 것들을 내맡기는 작업을 한다. 나에게 그러하셨듯이, 하느님께서는 분명 이 아이와 긴밀하게 1대 1의 만남을 하고 계시고, 그리 계획하시며 그의 삶에 역사하실 것이다. 하느님,감사합니다.

박보연 레지나
안법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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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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