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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한 걸음 더 / 박결 마티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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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제가 살았던 곳 주변에는 공장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이주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똑한 코, 다부진 체격, 다양한 피부색은 저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주민들이 자주 오가는 거리이다 보니 어느새 이주민들이 차린 가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아이였던 저에게 이주민들의 가게들은 신기했습니다. 처음 본 글자와 말들이 오갔고, 그들의 방법으로 만든 음식들에는 더 눈이 갔습니다.

그렇게 유심하게 바라보던 저에게 손짓으로 오라고 하는 이주민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가볼까 생각했지만 끝내 들어가보지 못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렇게 이주민들과 함께할 기회를 놓치고 멀리서만 지켜보며 지나쳐 살았습니다.

이제는 이주 사목을 맡게 되면서 이주민들과 함께 지내며 살고 있습니다. 매 주일 미사가 끝나면 형제자매들이 준비한 간식을 먹습니다. 그렇게 체험하게 된 이주민들의 음식들은 아주 맛있었습니다. 그들이 만든 몇 가지 음식들은 우리가 흔히 먹던 반찬과 비슷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동체에서 준비한 음식들을 먹으면서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왜 어렸을 적에는 이주민 가게들을 가지 못했을까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잘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다가가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들의 말을 몰라 그들의 문화를 몰라 그들과 자연스레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무지는 서로의 관계를 멀게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됐습니다.

이제는 이주민 공동체와 함께하면서 앞으로의 삶을 조정하게 됩니다. 여전히 저는 사제로서 인간으로서 모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들과 지내면서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며 저 자신의 시야는 그들이 가지던 시야와 함께 넓어져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공동체의 형제자매들은 저에게 선물 같은 존재입니다. 저도 사제로서 그들에게 주님의 선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된 이주민들에 대해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주민들은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협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민들을 대할 때 그들을 잘 몰라 방관자로 살며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다가가 형제로써 맞이할 때입니다. 한 걸음 더 다가가 그들과 함께 한다면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이주민들을 형제요 자매로 받아들인다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 것입니다.

박결 마티아 신부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 센터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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