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외국인복지센터에는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통역팀입니다. 각 나라의 언어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애로사항들을 적절하게 안내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역팀은 대체적으로 결혼 이주민들이 많습니다.
결혼 이주민은 국제결혼으로 고향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결혼 이주민은 약 36만 명이고 이들 가정의 자녀는 약 26만 명이라고 합니다. 무분별한 국제결혼에 따라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면서 지난해에는 1만7000건에 그쳤지만 여전히 결혼으로 우리나라에 오는 이주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끔 센터에 아이와 함께 손잡고 오는 결혼 이주민들을 봅니다. 아이의 맑은 눈망울과 웃는 미소는 사회에 더없는 귀중한 보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아이를 보살피며 살아가는 결혼 이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 이주민들이 정착하는데 어려움들이 많이 있습니다.
먼저, 한국 사회에서 결혼 이주민들을 가족 부양의 도구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국제결혼을 통한 외국인의 이주가 본격화된 지 20여 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결혼 이주민을 아시아 개발도상국 출신의 순종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시선과 편견이 결혼 이주민들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서 결혼이주여성 조사대상자 가운데 무려 42퍼센트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들은 일상적으로 언어적·신체적 폭력 외에도 성적 학대와 경제적 갈취 등을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기에 소통이 힘들어져 이러한 문제가 더 심각해지게 됩니다. 같은 언어로 이야기를 나눠도 서로 오해가 생기는데 결혼 이주민들에게는 더한 갈등으로 커져가는 것입니다.
센터 통역팀도 그러한 아픔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외국인과의 상담은 괜찮은데 한국인과의 상담에서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웃으며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 애잔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지금도 결혼 이주민들도 어머니로서 아버지로서 오늘을 살아갑니다. 그들의 노력이 오늘도 생명을 꽃피웁니다.
박결 마티아 신부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