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동체 주일 미사에 이주민 친구들의 참례율이 저조합니다. 무더위 때문입니다. 이주민 친구들은 대부분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는데 더위 때문에 미사를 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럼에도 미사를 보러 오는 친구들의 웃는 얼굴은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며칠 전 기후 온난화는 끝나고 한반도의 열대화가 시작됐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뉴스를 보지 않아도 바깥에만 나가도 금세 체감할 정도입니다. 극심한 더위와 습기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그래서인지 폭염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취약 계층은 물론이겠지만 이주민의 경우는 비참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주근로자들은 대체로 제조업, 건설업 같은 힘든 근로 환경에서 근무합니다. 40도나 되는 비닐하우스에서,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근로자들에게 근로 복지는 신기루 같습니다. 35도가 넘는 폭염에는 사업주가 일정 시간 휴식을 하게 하고 작업을 중단시키도록 정부가 권고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심각한 것은 숙소입니다. 주로 컨테이너박스, 비닐하우스 같은 임시 가건물을 숙소로 이용합니다. 물론 2021년부터 정부가 임시 가건물을 숙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했지만 지자체에 등록하면 허용해 줍니다. 그래서 일이 끝나고 실내 기온이 30도가 넘는 열악한 숙소에서 낡은 선풍기로 더위를 이겨내야 합니다.
이밖에도 절단, 끼임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농약 같은 유독성 물질에 노출되거나, 2020년 12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속헹씨처럼 온열·한랭 질환으로 인한 사망사고 등이 이주근로자들의 목숨을 빼앗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장이나 농장의 부족한 일손을 채워주는 이주노동자 허가 규모를 올해 11만 명으로 60나 늘렸습니다. 열악한 근로 환경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이주근로자들을 위험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고 하지만 이주근로자를 ‘한국 경제’라는 용광로를 불태우는 석탄처럼 하나의 소비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주거 기본권, 건강 기본권이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앞으로 달리고 무엇을 희생하며 살고 있는지 돌이켜 봤으면 좋겠습니다.
박결 마티아 신부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