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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역사 바로 세우기(6) / 전합수 가브리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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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시정될 내용은 사목적인 부분으로서 ‘백년 대성전’ 계획에 대한 전면 수정이다. 약 30년 전 천진암성지를 개발하면서 백년대성전 계획을 세울 때는 80년대 초였기에, 큰 건물이나 대형 토목공사 등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되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각광을 받을 때였다. 예를 들어 80~90년대에 교구 내에도 수천 명이 들어가는 권선동성당, 분당성요한성당, 정자동주교좌성당 등이 지어지고, 또 88 서울 올림픽 사업 등으로 큰 토목공사가 이뤄지고 체육시설 등이 지어지던 때였다.

그러나 90년대 후반기가 되면서 대형 성당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났고, 대형 성당보다는 과감하게 중소규모의 본당 분가가 교구의 주요 사목방침으로 제시되면서 이제는 대형 성당을 기피하는 현상이 자리 잡았다. 그러한 와중에서도 천진암 ‘백년 대성전’은 변함없는 계획으로 추진됐지만 토목공사(터닦기) 정도만 해놓고, 중앙 제단에 큰 돌제단을 가져다 놓은 것과 성전 출입문을 예상한 철골 구조물을 가져다 놓은 것 외에는 이뤄진 것이 거의 없는 상태인 편이다.

그리고 예상 건축비가 80년대 처음 계획을 세울 때에는 수백억 정도 되던 것이, 이제는 어떤 회사도 쉽게 감당할 수 없는 건축 규모가 돼버렸고, 공사 발주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이 돼버렸다.

나는 일찍부터 교구의 여러 경로를 통하여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사목적으로도 사제들 안에서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이 불합리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건의를 해봤다. 그러나 30만 평에 달하는 성지 터를 마련해 초기 성지를 조성하고 ‘백년 대성전’ 계획을 세우신 분들의 의견이 달라서 이러한 건의가 공론으로 다뤄지고 검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유감이다.

그러면서 교구 내에 ‘천진암성지’에 대한 불일치의 정도는 더 커져가고 있다. 명색이 한국 천주교 창립을 기념하는 것인데, 천진암성지가 속한 광주지구 본당에서 참여하는 것 외에는 교구 내에서 관심 가지고 참여하는 본당이 거의 없는 실정이 됐다. 역대 교구장과 대리구장 주교들 모두 참여하는 중요한 행사이고 전례가 됐지만, 일선 본당에서는 거의 대부분 이 행사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창립’이라는 의미조차 새기기 않는, 그야말로 행사의 이름과 교구장의 지향과 일선 사목자들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 이상한 모양의 행사가 돼버렸다.

이제 교구 신앙의 출발점이 된 천진암성지의 위상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과감하게 이론적인 정비를 통하여 새롭게 어떤 의심이나 이론의 여지가 없는 학문적 근거를 정비하고, 다음으로는 사목적 차원에서 교구 내 불일치의 표상이 되고 있는 이 ‘백년 대성전’ 계획을 과감하게 폐기하고 수정해야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교구 내 사제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사목적 차원의 일치가 회복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전합수 가브리엘 신부
제2대리구 북여주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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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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