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는 1992년 지구별 성경교육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성경사목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교구의 성경사목은 전국 교구 안에서도 가장 활발한 것으로 주목을 받는다. 성서 주간을 맞아 교구가 주도하는 성경공부로 일치를 이루고, 평신도가 주축이 돼 운영되는 교구 성경사목의 모습을 살핀다.
일치를 이룬 성경교육
교구 성경사목의 큰 특징은 하나의 성경공부에 온 교구민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교회 안에서 다양한 성경공부 프로그램이 있고, 각각 프로그램들이 지닌 좋은 점도 있다. 그러나 여러 성경교육이 산재할 경우 성경교육을 지도하던 성직자나 수도자가 인사이동을 하거나, 신자가 이사 등으로 본당을 옮겨가면 성경교육이 중단되거나 다시 시작해야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계속해서 본당이 신설되고 신자 유입이 늘고 있었던 교구로서는 신자들이 어느 본당을 가더라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성경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성경사목을 도입할 당시 사목국장을 맡았던, 전임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는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가 ‘생활성서사’를 통해 출간한 성경공부 교재 「여정」에 주목했다. 「여정」은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성경 전체를 한 흐름으로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교재로 체계적인 성경교육에 알맞았을 뿐 아니라, 수녀회가 교구에 진출해 있어 교육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정」에는 단계적으로, 연령에 따라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성경공부를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한 ‘첫걸음’ 과정에서부터 ‘일반’ 과정으로 심화시키며 배울 수 있고, ‘성경통독’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은빛’ 과정은 어르신들도 이해하기 쉽고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돼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점차 고령화되는 한국교회의 추세에 따라 ‘은빛’ 과정의 심화과정인 ‘지혜’ 과정도 개발해 운영해나가고 있다. ‘은빛’·‘지혜’ 과정은 교구 노인대학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교구 성경사목이 주관하는 성경특강과 성경잔치는 성경공부 수강자뿐 아니라 교구 내 모든 신자들이 함께하는 말씀과 친교의 장이다.
매 학기 성경공부를 마무리하며 열리는 교구 성경특강은 199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온 행사다. 성경특강은 주제에 맞춰 성경 전문가를 초빙해 말씀을 묵상하고 심화시킬 수 있도록 마련돼왔다.
성경잔치는 1993년 처음 열린 성경경시대회를 비롯해 성경암송대회, 성경필사 등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다. 올해 성경잔치에는 역대 최대인원인 6000여 명이 함께하는 등 해를 거듭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성경교육의 기둥, 평신도
교구 성경사목을 통해 지금까지 운영된 성경공부반은 7955개다. 이 성경공부반에서 총 22만8547명이 수강하고, 21만7760명이 수료했다. 단순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숫자만 두고 생각했을 때 교구민 5분의 1이 넘는 수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성경공부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평신도 성경교육봉사자들의 활약이 컸다.
교구는 1992년 지구별로 실시한 성경교육을 통해 성경교육봉사자를 양성하고, 양성과정을 모두 수료한 이들을 성경교육에 파견했다. 교구가 성경교육을 위해 평신도를 파견하는 것은 한국교회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런 교구의 시도 덕분에 체계적인 성경교육에 더 많은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양질의 봉사자를 양성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현재 교구 성경사목은 3년에 걸친 엄격한 교육과정을 통해 성경교육봉사자를 양성, 파견할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양성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매 학기 개강할 때마다 개강피정과 갱신서약식을 실시하고, 월 2회 이상 주기적인 교육과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방학기간에는 봉사자가 맡게 될 수업에 관해 집중교육을 받고 교안을 발표하는 등 봉사자들이 성경교육에 특화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덕분에 봉사자들은 수강자들에게 “전문 강사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다.
이렇게 양성된 평신도들 덕분에 1992년 8개 반으로 시작한 교구 성경공부반은 2002년 56개 반으로, 2012년 135개 반, 그리고 현재 180여 개 반으로 늘어났다. 현재 성경교육봉사자들은 9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제2대리구 성경사목 유옥경(라싸) 수녀는 “경력이 있는 봉사자분들은 한 학기에도 2~3개 반을 맡으실 정도로 말씀에 대한 열정이 크시다”면서 “혹시 봉사자가 성경교육봉사자회를 그만둔다하더라도 어디에서든지 성경을 기초로 봉사하는 교구의 재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교구 성경사목은 교구와 본당을 넘어 뻗어나가고 있다. 바로 사이버성경학교를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도 성경교육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설립된 사이버성경학교는 개인용 컴퓨터는 물론이고 모바일 기기로도 언제 어디서든 체계적인 성경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온라인 성경강좌 플랫폼이다. 교구 성경공부 과정인 ‘여정’에 해당하는 첫걸음·일반 과정에 맞춘 강의를 성서학에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직접 강의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성당을 찾을 수 없는 신자들이 말씀에 대한 갈증을 해소 할 수 있도록 돕는 창구가 되기도 했다. 11월 현재 사이버성경학교를 이용한 신자 수는 모두 2만3556명으로 교구민뿐 아니라 타 교구와 해외 신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교구 성경교육을 이용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