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9월 첫 본당 주임사제로 신설 본당에 부임하게 됐다. 그 때의 설렘, 그리고 성당 건립 예정지인 공터에 천막을 쳐놓고 신자분들이 모여 있던 장면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신설 본당에 첫 주임신부로 부임하면서 체험한 다양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책 한 권을 써도 충분할 것인데, 그 수많은 체험을 하나로 관통하는 한 주제를 찾으라면 ‘하느님 섭리’ 또는 ‘성령의 이끄심’이라고 주저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넓은 공터인 성당 부지에서 쉽게 조립식 건물을 짓고 집회장소를 마련하고 쉽게 가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동창사제모임에서 이 안에 대하여 지적을 받았다. 조립식 건물이 아닌 본 성당 건축으로 가야함을 말해주어, 이를 전환점으로 큰 성당 신축 방향을 바로 잡은 예부터, 임시로 근처 빌딩건물 큰 공간을 빌려서 미사 지낼 성당을 꾸미려고 할 때 참으로 막막해보였는데, 다른 여러 성당을 순례하고 공부하면서 제단, 제대, 독서대, 앰프, 십자가, 성모상, 십자가의 길 등을 꾸며갈 때 등 정말 ‘보이지 않는 손’이 나와 이 본당 공동체를 이끌어가고 있음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나는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을 가능하면 세세히 그리고 정확하게 기록해놓을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됐다. 왜냐하면 이 모든 일들이 개인 업적의 역사이거나 일부 단체의 역사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역사이고, 바로 ‘성령님께서 역사(役事)하신 역사(歷史)’라고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본당 주임신부로서 만들기 시작한 것이 본당의 역사책들인데, 지금까지 사목한 모든 본당에서 이 일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런 일을 하려면 무심히 지나치고 버렸던 옛날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편집하고 정리해야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회의와 대화를 해야 하고, 봉사자들의 땀과 노력도 들어가야 한다. 이를 직접 지도하는 본당신부로서의 수고와 노력도 결코 작을 수 없음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작업에 익숙한 봉사자들이 한두 명이라도 있는 본당에서는 작업이 수월하지만, 그렇지 않은 본당에서는 그야말로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나?’하고 의문이 일 때도 종종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역사를 정리하면서, 앞서 일한 사제들의 노력과 결실들, 그리고 그 사제들과 함께 일한 수많은 평신도 봉사자들의 헌신과 노력들을 보았다.
영적으로 큰 기쁨을 느끼게 됨은 이 역사 편찬 작업의 영적인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일하고 있는 본당에서 본당사를 정리하면서, 초대 신부가 성당을 신축하고 모금하느라 얼마나 애를 쓰고 노력했나를 알게 됐다. 본당 20주년을 준비하는 행사의 하나로 ‘역대 주임신부 초청미사’를 기획했고 그 첫 번째 행사로 현재 요양 중인 초대 사제를 모셔서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다. 신자들도 그렇고 초대된 사제도 무척 기뻐하고 감격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은혜로운 시간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당 역사를 정리하고 기록하며 거둔 여러 열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전합수 가브리엘 신부
제2대리구 북여주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