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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마음속에 하느님 집 짓기 / 이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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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내가 다니고 있는 나의 성당 ‘미리내성요셉성당’의 외벽에 손을 얹곤 한다.
미사 참례를 마치고 나오면서 슬며시 벽을 짚고 걸어 나오거나, 햇살 따스한 날 성당에 찾아가 햇볕 좋은 외벽에 기대 하늘을 보며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이 시간의 평안함과 충만함은 그 어느 시간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축복이다.

내가 우리 성당의 외벽에 집착(?)하는 것은 성당을 짓는 과정에서 전해져오는 이야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역사의 부록처럼 전해오는 것이지만, 성당 신축 봉헌의 역사적 사실(fact)을 넘어서는 감동적 진실(reality)을 품고 있다.

1896년 미리내본당에 부임한 강도영 마르코 초대 주임신부님은 부임 10년 만에 이 깊은 산골에 성당을 짓겠다고 서원했다. 물론 당시의 어려움은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병인박해 등 천주교 탄압을 피해 도망치듯 숨어든 이곳 미리내 교우촌 신자들은 대부분 화전민이거나 옹기장이들이었다. 하루하루 끼니를 이어가기 힘든 신자들에게 성당 신축이란 역사(役事)는,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회피하고 싶은 과중한 부담이었다.

그러나 그 산골 신자들이 신부님을 도와 지금의 성당을 건축하고 하느님께 봉헌하는 과정은 우리의 신앙 역사가 어떤 토대 위에 세워졌는지를 가슴 뜨겁도록 느끼게 한다.

그들은 한겨울 산골짜기에 들어가 얼어붙은 돌들을 떼어내 벽을 세우고, 산 넘어 나무를 베어 끌고 와 기둥을 세웠다. 마땅히 추위를 막아줄 옷이나 신발도 없고, 수수나 감자 외에 변변한 식량도 없었다.
추운 날씨 속 거친 자연석 돌 사이에 석회와 흙을 비벼 넣으니 굳히기도 어렵지만 날씨가 풀리면 쉽게 허물어져 되메우기를 거듭해야 했다.

거의 1년 동안 그들은 오직 하느님 집을 짓는다는 신앙심만으로 그 일을 해냈다.
문득 거친 성당 외벽에 귀를 대보면 그들의 소리가 들린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하느님의 집을 완성했던 그들의 소리가 있다. 그들의 웅얼거림과 거친 숨소리는 이제 내겐 기도가 되고 울림이 된다.
마음 속에 그렇게 하느님의 집을 지으라는….
이정진 알렉시오
제1대리구 미리내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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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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