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대리구 조원솔대본당(주임 유해원 다니엘 신부)은 지난해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회개의 의미를 담은 구유를 제작, 구유를 통해 모은 성금을 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전달했다.
본당은 2023년 사목을 준비하면서 재소자들과 출소자들이 죄를 뉘우치고 사회로 잘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교정사목에 관심을 두기로 하고, 지난 12월 구유를 제작하면서 회개의 의미를 담은 구유를 만들었다.
본당은 아기 예수와 성모자상 등 구유의 성상들이 성벽모양의 장식에 둘러싸인 모습으로 구유를 제작했다. ‘회개의 벽’이라고 이름 지어진 성벽모양의 장식은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착안했다.
본당이 이처럼 특별한 의미를 담아 구유를 제작한 것은 이번으로 4번째다. 본당은 지난 2021년부터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을 기억하면서 분유통으로 만든 구유를, 미혼부모를 기억하며 기저귀로 만든 구유를, 이주민들을 기억하며 지구 형상의 구유를 만들어 대림과 성탄을 보내왔다.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사람들이 벽돌 사이에 자신의 소망을 담은 종이를 끼워 넣듯이, ‘회개의 벽’에는 신자들이 적은 쪽지 200여 장이 각각 성벽의 벽돌장식처럼 빼곡히 붙었다. 신자들은 판공성사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죄의 길에서 주님께 다시 돌아오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자신의 잘못을 쪽지에 기록했다.
어린이들의 경우 자신이 잘못한 상대방을 기억하면서 편지를 쓰기도 하고, 어르신 신자 중에는 쪽지를 쓰며 해묵은 감정을 정리하는 등 신자들의 호응이 컸다.
본당 사목회 신미숙(데레사) 총무는 “특별히 판공성사를 진행하는 시기여서, 신자분들이 이전 판공이 일시적이었다면 이번에는 구유가 있는 한 달 내내 깊이 묵상하고 회개하며 한 달을 보낸 것 같다는 소감을 말씀하신다”며 “이번 구유로 아기 예수님의 탄생 의미가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본당은 단순히 구유를 만드는 데만 그치지 않고 구유를 통해 나눔을 실천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본당은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낸 후 구유의 아기예수님께 봉헌한 성금 500만 원을 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주임 유해원 신부는 “이용훈(마티아) 주교님께서 성탄 메시지를 통해 ‘감동을 주는 신앙인이 되자’고 말씀하셨는데 나눔으로 감동을 주는 신앙실천을 할 수 있도록 구유에 의미를 담아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직접 도움주기 어려운 교정시설의 분들을 기억하면서 올해 구유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신부는 “나눔은 사랑의 열쇠인 것 같다”며 “사랑을 품고 있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눔으로써 나누는 분들 사이에 사랑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