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친구가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그곳에 가면 예배 후 맛좋은 국수를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수를 먹고 싶은 마음에 헐레벌떡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 함께 가게 됐다.
그리고 어린 나의 기억에 트라우마를 남길 장면을 봤다. 개신교 예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신령한 언어, 즉 방언이 터진 신자들의 모습을 본 10살의 나는 종교에 대한 커다란 트라우마가 생기게 됐고, 국수를 먹으려고 가게 된 교회에서 국수 한 젓가락 뜨지도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이후로 나는 무신론자의 삶을 살아갔다.
고등학생이 됐을 때 비신자였던 부모님께서 지인의 추천으로 성당을 다니시게 됐다.
교리 공부를 하고 천주교 신자가 되시고선 나와 동생에게도 교리 공부를 받으라고 하셨지만, 어릴 적 교회에서 받은 트라우마 탓에 종교를 가질 마음이 없었다. 부모님께도 종교가 필요하다고 진정으로 느낄 수 있을 때에 종교를 가지겠다고 말씀 드렸다.
그렇게 계속 비신자로 삶을 살아가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일이 입대 후 일어나게 됐다. 논산으로 입대하게 된 나는 처음으로 고된 훈련을 겪은 뒤 군대에서 시행하는 종교행사를 가게 됐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중 마음에 드는 종교를 골라서 반드시 참석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천주교 신자이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나도 천주교 종교행사에 가게 됐다.
성당 문을 지나 성전으로 들어갔을 때 커다란 성당 안에 울려 퍼지는 성가대의 성가 소리를 듣는 순간, 흐느낌도 없이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종교의 힘을 마음속 깊이 깨닫게 됐고, 그날 밤잠을 청하기 전 미사 때 느꼈던 주님의 사랑을 마음에 품고 세례를 받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군대에서 세례를 받고 전역 후 본당 청년회에 들어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13년이라는 길지 않은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돌아볼 때마다 “왜 나는 주님을 늦게 찾았을까?”하고 자신에게 묻곤 한다.
다시 생각해 보면 주님을 만날 계기와 타이밍은 수없이 많이 있었지만, 주님께서는 내가 더할 나위 없이 그분을 맞이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순간을 기다리고 계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임준영 모세
제1대리구 상촌본당